'차 안에서 40대 남녀가…' 미스터리한 죽음

중앙일보

입력

도대체 어떻게 사망한 것일까. 그야말로 미스터리였다.

25일 오전 7시쯤 대구시 중심가인 원대동 한 도로. 흰색 카렌스 승용차 안에서 40대 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동은 걸려 있었고 에어컨도 켜진 상태였다. 차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얼핏 동반자살을 떠올릴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차 안에서는 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연탄불을 피운 흔적도 없고, 수면제나 자해도구도 없었다. 유서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숨진 이는 서로 다른 섬유회사에 다니는 남성 A씨(45)와 여성 B씨(40·여). 사업 관계로 자주 만나는 사이였다. A씨는 기혼이고 B씨는 미혼. A씨의 집에서도 일 때문에 B씨를 자주 만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연 관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대구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발견 당시 A씨는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떨군 상태였고, B씨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검안의는 이들의 코에서 연탄가스의 주성분인 일산화탄소의 흔적을 찾아냈다. 일산화탄소라면 중독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여기서 벽에 부닥쳤다. 그렇지만 일산화탄소가 어떻게 차 안에 스며들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자동차 배기구를 틀어막고 시동을 걸면 일산화탄소가 배기구를 통해 빠지지 않고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발견 당시 카렌스 승용차의 배기구는 막혀 있지 않은 상태였다.

설혹 가스가 실내로 스며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한 점이 남는다. 일산화탄소 특유의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면 당연히 차문을 열거나 차 밖으로 나왔을 터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계속 들이마시다 숨졌을 리가 없다.

경찰은 일단 26일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왜 숨진 것인지는 부검을 통해 밝혀낼 수 있지만 어떤 과정으로 사망한 것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부검을 해서 '일산화탄소 중독사'라고 결론을 지을 수 있겠지만, 대체 어떻게 일산화탄소를 들이마시게 됐는지는 알아낼 수 없다는 소리다. 과연 대구 서구에서 발생한 어느 남녀의 미스터리한 차 안 죽음의 진실은 무엇일까.

대구=김윤호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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