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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할인율·판매량 부풀리기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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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서울 마포에 사는 여대생 신모(22)씨는 최근 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최신 유행 아이템인 모카신(가죽신발)을 샀다. 정상가는 8만9000원인데, 50% 가까이 할인해 4만5000원에 판매한다기에 바로 구매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며칠 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확 상했다. 인터넷쇼핑몰에 가면 똑같은 신발을 할인 없이도 4만5000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신발을 산 소셜커머스에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해당 인터넷쇼핑몰이 마케팅 차원에서 저렴하게 내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브랜드의 정상가는 8만9000원이 맞다”는 것이었다.

 2010년 국내에 등장한 소셜커머스가 파격적 가격할인을 등에 업고 급성장하고 있다. 2010년 500억원에 불과하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2조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연말까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이 갑자기 커지면서 부작용이 만만찮다. 할인율이나 구매자 수를 부풀리는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2011년 7월에는 미용실 이용쿠폰 할인율을 과장한 업체가, 11월에는 판매개수를 과장해 표시한 4개 업체가 시정조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월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이후로도 부작용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에는 42개월 된 호주산 갈비를 최상급으로 허위광고한 업체가, 올 1월엔 가짜 미용용품을 정품으로 판매한 업체 4곳이 시정조치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할인율 기준가격 출처 표시해야

 이 때문에 공정위는 25일 할인율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구매자 수 부풀리기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는 가격이나 할인율 산정의 기준과 표시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상품 판매화면에 할인율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가격의 출처를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할인율 옆에 정가와 할인가를 모두 표시해 놓았다고 한다면, 정가 옆에 ‘백화점 판매가격’과 같은 가격의 출처를 적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가격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상세히 표시하도록 규정했다. 놀이공원 이용권의 경우 주말과 주중, 어른과 어린이, 종일·주간·야간에 따라 정상가격이 모두 다르다. 실제로 A소셜커머스가 내놓은 서울 강남의 B호텔 패키지 상품의 경우, 세금과 봉사료를 표시하지 않고 정가(35만원)를 적어놓고는 할인율(66%)과 할인가격(11만9000원)을 표시해 놓기도 했다.

 구매자 수나 판매량을 과장·조작해 판매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가이드라인 준수사항에 추가된다. B소셜커머스는 바람막이 후드 상품안내 코너 위쪽에 파란 바탕으로 ‘오늘 오픈’이라고 써놓고 ‘120개 구매’라고 해놨지만, 사실은 이전 거래 판매량을 합산해 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 이숭규 전자거래과장은 “소셜커머스 회사 직원들이 대량으로 구매한 뒤 취소하거나 예전 거래 판매량을 합산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매량을 과장하는 행위가 종종 발견된다”고 말했다.

고객 불만 48시간 내 처리

 위조상품을 예방하기 위해 사전 검수를 하고 확인하는 절차도 구체화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소셜커머스가 파격적인 할인판매를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값싼 위조 상품이 정품인 것처럼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상품 취득증명서와 정품인증서·통관인증 등 전문기관을 통한 사전검수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 고객불만에 대한 응대와 처리 목표시간도 단축했다.

미사용쿠폰 환불 규정은 완화

기존에는 72시간 내에 응대하고 처리하면 됐지만, 앞으론 48시간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야 한다. 고객센터 응답률 기준도 기존 80%에서 85%로 상향 조정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에 ‘당근’도 줬다. 지나치게 엄격했다고 판단된 일부 가이드라인은 완화했다. 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소비자가 유효기간 내에 사용하지 못한 쿠폰 금액의 70% 이상을 최소 6개월 동안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바로 환불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 가이드라인에서는 예외조항을 신설해 이에 해당할 경우 환불해주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상품의 특성상 적용이 곤란한 경우가 있다는 소셜커머스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공연과 항공권·숙박 등 좌석이나 객실을 예약해 이용하는 서비스 중 구매 당시에 날짜를 지정하는 상품이 이런 경우다.

 이숭규 과장은 “새 가이드라인은 소셜커머스 업체의 시스템 교체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오는 11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은 없지만 주요 업체와 이행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준호 기자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제한된 시간 내에 다수의 구매자를 확보하고 파격적인 할인을 해주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전자상거래다. 주요 업체로는 쿠팡과 티켓몬스터·위메프·그루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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