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밥상] 이천 쌀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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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쌀밥집의 한정식 [중앙포토]

‘밥상’이라 부르면서 정작 밥은 뒷전이다. 밥상에서 밥이 주인공으로 대접받는 건 1년에 한 번 바로 지금, 가을걷이 때다.

햅쌀로 갓 지은 밥은 절로 윤기가 돌고 단맛이 난다. 조선시대 성종의 마음에 들어 수라상에 단골로 올랐다는 경기도 이천 쌀은 햅쌀로 지은 밥맛도 여느 지방보다 한 수 위다.

이천 쌀은 알이 작고 통통하다. 쌀알이 반투명해, 밥을 지으면 상서로운 푸른 빛마저 돈다. 왜 이천 쌀이 맛있느냐고? 이천에서 가장 유명한 게 바로 온천과 도자기다. 이천 농사꾼들은 저수지나 보를 만들지 않고 깨끗한 지하수만 퍼서 농사를 짓는다. 땅은 찰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식물의 영양분 흡수에 좋다. 흙과 물이 좋으니, 쌀이 맛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기온이 낮은 편이면서 결실기에 일조량이 많고, 밤낮 기온 차가 큰 것도 쌀알이 작되 묵직하게 영그는 비결이란다.

밥맛을 제대로 누리려면 도정한 지 한 달이 안 된 쌀로 밥을 지어야 한다. 그중 10월 말경 도정한 햅쌀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이천 쌀밥집이 밀집한 신둔면 3번 국도변 식당가도 가마솥마다 서둘러 햅쌀을 앉히기 시작했다. 밥을 짓는 구수한 향기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한다.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둔면 쌀밥집은 대개 한정식 1인분에 1만원 안팎한다. 밥은 개인별 돌솥에 지어내고, 식기는 도자기나 놋그릇을 쓴다. 반찬도 실하다. 뚝배기 찌개부터 종지에 담긴 젓갈까지 정갈하고 건강하다. 이천 쌀밥집의 터줏대감격인 덕제궁(구 고미정, 031-634-4811)은 양반댁 기와집 분위기고, 임금님쌀밥집(031-632-3646)은 주인이 직접 띄운 청국장이 별미.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이천 설봉공원에서는 15회 쌀문화축제(ricefestival.or.kr)도 열린다. 031-644-4125.

나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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