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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악 회 제10회 작곡발표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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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사람에게는 겨운 일도 두 사람·세 사람이 협심하면 거뜬히 해 치울 수 있다. 서로 힘이 되었을 때 일층 활력이 강화되기 때문인데 이와 같은 요구는 사회가 혼란하면 할수록 더욱 절실해 진다.
「그룹」활동이나 동인운동을 바로 그와 같은 요구에 대한 현실참여의 일환이라 한다면 우리 창작음악계가 빈곤을 면치 못한 이유중의 하나로「그룹」활동이 부진한 점이 지적되어 좋을 듯 싶다.
그런 만큼 지난 1일 서울대음대「리사이틀·홀」에서 마련된「창악 회」제10회「작곡발표회」는 먼저 꿋꿋이 정진하는 행위자체에서 치하 받아 마땅할 것 같다. 김현중씨의 실내합주곡은『「트레몰로」, 음의 고저의「칸트렌스트」』「사이렌」소리를 방불케 한 곡선의 강조에서 음향의 신비성을 살렸으나 서양풍조를 쫓고있어 진부한 느낌이었다. 김용진씨의 4개의 소품은 직선과 점,「멜러디」와「하머니」로 단정한 「앙상블」을 이루었으나 역시 참신한 감각이 갈망되었다.
그와 같은 감각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 한대로 서우석씨의『「피아노」소품』은 간결하고 정밀한 어법구사에서 성숙한 경지를 엿보이게 한다. 이성재씨의『「피아노」와 현악4중주를 위한 협주곡 69』는 은밀한 발상에서 후반의 긴박 부에 이르는 전개가 치밀하고 여유가 있다.「이미지」를 동양에다 둔 저력 있는 작품이다. 이에 비해 감정발산이 다소 성급한 게 흠이기는 하나 향토의 체취가 강렬하기로는 성두형씨의『「Mi」 음의 수상』이다.
우리정서의 개발에 주안점을 둔「아이디어」를 앞으로도 더욱 소중히 다루어주기 바란다. 우리의 창작음악을 들으면서 민속조의 작품이 나오면 오히려 생소한 느낌이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만큼 우리는 서양음악의 속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제 현실참여의 대열에서 지반을 굳혀 가는「창악회」는 아울러「이데올로기」의 확립도 서두를 때를 맞이한 것 같다. <김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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