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4반세기 한국서의 동서 문화|한국 교회 국제 문제 협의회 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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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교회 국제 문제 협의회가 주최하는 『동북 「아시아」의 미래에 있어서 곤경과 기회』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2일∼5일 수유리「아카데미·하우스」에서 열렸다.
동서 문화의 만남에 따른 문화·정치·경제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 교회와 미국 기독교 연합회 지도자들의 토의가 이루어지는데 주제 발표 가운데 전해종 교수 (서강대)·「전통-한국에 있어서의 동서의 만남」의 강연은 동서 문화의 접촉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주목되었다. 이를 요약 소개한다.
한국은 2차 대전의 종료 후 오늘에 이르는 동안의 4반세기에 동서 문화의 심한 격돌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의 동서 문화의 융화에는 여러 저해 문제가 있다. 첫째는 권위주의로 권위는 영예와 부를 수반하고 또 관권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둘째는 형식주의로 상혼 등은 물론 일상 생활에서도 형식과 허식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세째는 가족 제도 문제다. 서구인이 동양의 가족 제도에 동경을 갖지만 대가족 제도는 현대에 맞지 않는다. 네째는 유교적인 물질 생활 경시 태도인데 이것은 현실 생활에 있어 큰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 다섯째로 사고 방식이 문제인데 직관적이라고 하나 분별력과 종합력을 가진 과학적 사고가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
더우기 서양의 문물은 한국이 주체성을 갖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동적으로 타율적으로 만나게된 점과 또 주로 미국과 미국인을 통해 가져와졌다는게 문제가 있다. 미국 문화의 유입은 충분히 효율적이 못 되었다. 미국 문화는 서구 문화 가운데서도 가장 발달한 물질·기술 문명을 지닌 때문에 심한 격차가 있는 한국에 큰 충격이 되었다. 대전 직후 한국에 있어서의 동서의 만남에서 미국인을 대표한 것이 군인이었다는데도 문제가 있다. 현재도 미국인의 한국에 대한 이해는 매우 천박한 것이다.
동서 문화의 융화에 있어서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중요한 성과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부국 강병과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이루어진 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민주주의는 아직 불완전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고 그 사상적 배경에 대한 이해도 그렇다. 우리의 전통적 사상 체계에는 민주주의와 상반되는 요소가 많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순조로운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서구가 우리의 가치를 새로 인식하려한다는 사실이다. 서구의 극심한 물질·기술 문명이 인간 상실을 결과했고, 인간을 재발견하기 위해 그들은 동양 사상 체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간이 지향하는 바가 정신적·물질적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데 있기 때문에 동서 문화의 만남을 이런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퇴화된 전통적 요소와 외형적인 외래 요소는 사회의 타락과 혼란만을 일으킬 뿐인 것이다.
주의할 것은 전통적인 것이다 좋고 보존해야 할 것이란 그릇된 생각이다. 주체성은 과거에 있었던 것에서 찾으려기 보다 현재에 대처하는데 또는 미래를 구성하는데서 작용해야 한다. 전통은 이루어져 나가는 것, 새로운 요소를 종합하여 발전해 나가는 것임을 명기해야 한다.
동서의 만남, 즉 한국의 근대화는 주체성 있는 분석, 판단, 계획, 실천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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