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각법 구사…안광석씨 판각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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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안광석씨는 몇 안되는 판각 작가의 한사람.
부산에서 꾸준히 작품 제작을 해오며 이번에는 판각38점, 인각50점, 언자23점 등 꽤 많이 출품했다.
안씨의 각은 그의 글씨에 한하지 않고 추사와 같은 옛 명필들의 것을 모각도 하고, 혹은 삼국시대 전와에 나타난 무늬라든가 난죽을 아로새기기도 하였는데 그 각법을 다양하게 구사하여 보이고있다.
물론 대체의 경향은 기가 승하고 혹은 짐짓 멋을 내려는 작가의 심중이 겉으로 드러난 것도 없지 않다. 하지만 더러 자연스럽게 정돈된 소품에서 그의 장기간에 걸친 노련한 솜씨가 매우 격조있게 다듬어진 것을 볼 수 있음을 다행스런 일이다.
전시된 고시중에는「누단」이 3점. 전위 서예라 하기보다는 갑골문자 내지 고전을 발전시킨 것이라 해석되는데, 그의 이같이 다채로운 취향이 오히려 전시장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작품신을 각 부문에 한했으면 그 성격이 훨씬 두드러지는 효과를 노릴 수 있겠고 또 그 내용의 짜임새에 있어서도 군더더기를 가능한 한 생략함으로써 각이 지니는 운치를 한결 돋아 주리라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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