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 속에 30년을 일해온 어떤 기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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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일부작이면 일일부식하라-이게 내 생활신조 입죠. 뭐 간단한 이칩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굶는 주의지요.』
대단히 강직한 신념의 소유자-최광길씨(50·전농동11)가 우리 동에 살고 있기에 여기 소개한다.
근로정신이 경시되는 이 사회풍조에서 모범이 될만한 일꾼이라고 본다.
『비록 내가 맡은바 일이 대수롭지 않고 봉급은 적을지라도 결코 소홀히 하거나 불평하진 않아요.』
말하는 품도 묵묵히 일만하는 소처럼 담담하기만 하다. 최씨는 30년 가까이 철도종업원(기관사)으로 근속해 오다가 지금은 나이 때문에 후선에 물러 나 있다.
그는 오랜 경험으로 기관·열차의 고장여부를 두드러서 나는 쇳소리로드 즉각 알아낼 수 있고, 간단한 수리도 할 수 잇다. 열차기관에 관한 한 원숙한 기술이 소유자다.
그는 커다란 야망을 품어본 일도 없고, 또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내는 일도 없다. 그저 자기의 맡은 일에 충실하고, 한 가정의 남편으로 아버지로서 충실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한단다.
그런 것만도 아니다. 『증산·수출·건설을 부르짖는 근대화 작업을 외면하고, 금괴 밀수로 단박에 억대를 꿈꾸고, 강남 땅으로 한밑천 잡고, 가짜 화장품을 외국제로 속여 몇십배 폭리를 노리는, 그 일확천금의 사고방식은 건전한 사회발전과 국가를 좀먹는 해충들이지요』라고 그는 시민정신에 투철할 뿐만 아니라 사회를 내다보는 눈도 어둡지 않다. <서울 이문동 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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