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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20년만의 추파와 실리외교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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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세기말엽 물질문명을 배경으로 한 서구열강이 서로 다투어 무력하고 취약한 중국대륙을 분할 점거하려할 때, 미국은 중국에 대해 문호개방을 요구, 흔들리는 동「아시아」에서의 세력균형을 유지하고자 꾀했었다.
70년대에 들어선 이제 미국은 중국대륙에 군림하고있는 공산정권의 실재를 「부인」하는 입장으로부터 지난 20년 동안 죄어온 봉쇄망을 서서히 늦추는 방향으로 옮기면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 줄 것을 조심스럽게 종용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고있는 중공의 존재는 70년대 세계정세의 풍향을 암시하고 있으며 중공이 위치한 「아시아」에서의 국제력 관계의 특징을 이룸에 틀림없다.
「닉슨」 미국대통령이 지난 2월 70년대 미국대외정책에 대한 미의회보고서에서 『중공인민은 국제사회에서 계속 고립된 상태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7억을 넘는 중공인민의 기여 없이는 안정되고 항구적인 국제질서가 있을 것 같지않다』고 말한 것은 미국의 대중공정책이 급선회는 아닐지라도 벌써 전환의 새방향을 걷고 있음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제25차 「유엔」총회에서의 중국대표권 문제표결에서 나타난 이른바 「놀라울 새 상황」이란 것도 그 저변에는 미국이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위해온 대중공정책의 변화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중공정책의 주요변화는 다음 네 가지 사실에 토대를 두고있는 것 같다.
첫째, 중공정권은 비록 산적한 대내외적 난제를 안고 문화혁명 같은 진통을 겪었지만, 50년대 미국이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붕괴되지 않을 만큼 정착했다는 사실의 인정.
둘째, 중공은 핵국가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것.
세째, 중공-소 분규에서 입증되었듯이 중공은 소련을 축으로 한 단일 공산지도체계를 탈퇴, 공산권 다원화의 중요요소가 되고있다는 것.
네째, 미국은 「인도차이나」전쟁을 군사적 승리로 매듭짓기 어려우며 「인도차이나」문제의 해결은 중공의 현재 및 장래의 역할과 의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상황의 인식 등이다.
부상되어오는 중공의 존재는 지정학적 역사적 관계로 해서 「아시아」의 국제정치판도를 최근까지 두드러졌던 미·소 양극화에서 벗어나 강자로 등장한 일본을 포함한 미·일·소·중공 사각관계의 어지러운 다극화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국제력 관계의 형성이 가져오게 될 중공의 그림자는 월남전 교착, 적용되기 시작한 「닉슨·독트린」 등과 함께 한국을 포함한 인접동남아국가들에 새 국면의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미일안보조약경신에 의한 미일안보체제는 일본을 「아시아」안보의 주역으로 등장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대「아시아」지역 투자확대는 일본식민주의를 체험한 동지역국가들에 새로운 심리적 압력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앞으로 일본이 행사하게 될지 모를 잠재능력에 비추어 「아시아」상황의 또 다른 측면을 이루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의 이와 같은 「아시아」에서의 군사 및 경제역할은 일본군국주의부활이라는 비난을 중공·북괴로부터 유발했으며 이 결과로 호전적인 북괴는 중공과 밀착, 동북아에서의 긴장관계를 미묘하게 만들고있다.
중공이 현재 예견되는 대로 앞으로 언젠가 국제사회에 끌어들여질 경우, 세계공산화를 위한 「이데올로기」의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는 세계전략을 둘러싸고 종래 소련과 이념분쟁을 일으켰던 이른바 『인민해방전쟁지원·혁명의 영속화』를 포기하고 국제평화유지와 기여에 어떤 역할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중공과 밀착한 북괴는 기본적인 통일정책으로 대남무력통일을 버리지 않고 있어 중공의 국제참여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또한 「중요사항」으로 「유엔」의 문턱에서 제지당한 중공이 앞으로 낭만에 대해 무력행사로 영유권을 고집할 것인지, 혹은 두 개의 중국, 또는 대만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평화적 형태의 해결방식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분단국가들의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잠재성을 안고있다고 하겠다.
비록 미국의 「닉슨」행정부가 냉전의 대결에서 「화해」와 「협상」으로 중공을 포함한 세계의 새질서를 추구하는 것이 지배적인 추세라고는 하나 한국전에서 낙인찍힌 「침략자」가 쉽사리 세계평화의 기여자로 탈바꿈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중공의 이념적 사관으로 봐서 명약관화한 일이다.
또 일본은 세계3위의 경제력을 과시, 국제정치 모든 면에서 영향력을 증대해가고 있으나 일본의 이율배반적인 상업주의는 앞으로 「아시아」 국제정치관계의 또 다른 복잡성을 말해주고있다고 할 수 있다. <끝><조성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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