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소외속에 미국의 노인은 고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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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흔히 세대간의 차이라면 젊은이와 부모, 젊은이와 정부, 젊은이들과 어른들 사이의 대화가 단절됐다거나 정치적인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마치 젊은이들만이 「세대의 차이」 때문에 외로움을 겪고 무시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거의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문제가 남아있는데 그것은 장년층 이상의 세대에 대한 무관심이 가져오는 사회문제인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수많은 노인들이 신체와 정신이 모두 건강한 채 할 일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노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큰 이상은 성격적인 변화인데, 실제로 노인들은 70세를 전후해서 최대로 난폭해지고있다. 한 노인병 전문의사는 『어느 세대나 문제를 갖지 않은 세대는 없다. 문제는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처지에 적응해 나가느냐로 집약된다』고 말하고있다.
나이를 먹어 가는 부모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또 다른 골칫거리는 그들이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귀여움을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자녀와 함께 살면서 존경받으며 사는 노인들은 은퇴 후에 얻어진 여가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점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자녀의 도움을 얻지 못한 노인들은 생활난까지도 겪게된다. 여성의 경우 평균수명은 74.6세까지 남성은 66.6세까지로 높아졌으나 생활수준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노인들의 20%가 가난을 겪고 있으며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빈곤 수준이하의 생활을 하고있다. 「뉴요크」출신 「찰즈·구델」상원의원은 『가난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차이를 인식해야겠다. 소위 인생의 황금시기는 사실상 가장 불행한 생활이 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노인들이 자녀와 함께 생활을 하더라도 가정의 주도권을 누가 차지하며 기복이 심한 그들의 성미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등 노인들이 소외될 요소는 항상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가장 위태롭게 만드는 것은 경제활동에서의 후퇴인 것이다.
그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여생을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사회보장제도가 마련되어있음은 물론이지만 이러한 제도는 경제생활만을 보장해 줄뿐,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기쁨을 맛볼 수도 없고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외로운 생활에 공포마저 느끼고있다.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면 양로원에 기대지 않으면 안될 노인들일 것이다. 그들은 가족들에게는 짐이 될 만큼 신체·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진 상태로 죽음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의 문제는 모든 계층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좀더 광범한 사회적인 문제로 연결된다. 다시 말하면 경제·의료·주택·사교생활 등 그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계속해서 일을 하는 것이 은퇴하는 것 보다 오히려 수명을 길게 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경제생활·주택문제·의료보험제도 등을 개선하더라도. 정신적으로 흡족한 생활을 하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일 것이다.
노인들의 경험과 기술, 사무를 처리하는 지혜와 지식 등은 젊은 세대가 일해 나가는데 더 없는 도움이 될 것이며 노인들은 이러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생활의 기쁨을 찾게 될 것이다. 노인들의 여력을 젊은 세대가 활용해 나갈 제도와 마음자세의 확립이 가장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미 패밀리·서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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