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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셰익스피어』극|「런던·셰익스피어·그룹」이 선보일 무대안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는 23일부터 5일간「런던·셰익스피어·그룹」의「셰익스피어」극 공연이있다. 본고장의 전문배우가 와서「셰익스피어」공연을 가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아마 최초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그동안 우리나라 극단에 의한 우리말 공연은 적지 않았지만 원어에 의한「셰익스피어」구경은 처음이어서 기대해 볼만하다.
누가 짓궂게 말하기를 지금 영문에서는「셰익스피어」가 관광산업이 되었다고 말하고 「달러」부족을 메우는데 4백년전의「셰익스피어」가 지금 한몫 거들고 있다고 익살맞은 평을 할 정도로 사실「셰익스피어」(특히 그의 출생지「스트래트포드」)는 외국인 방문객의 목표가 되어있지만 이와 동시에 해외로 파견되는 친선사절로서의 그의 역할도 또한 무시할수 없다. 「브리티쉬·카운슐」이 주재하는 이「런던·셰익스피어·그룹」순회공연도 이 문화사절로서의 소임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영국에는 왕립「셰익스피어」극단같은 유서 깊은 대규모의 극단이 있지만 이것을 우리나라에서 구경하기는 당분간 난망이고 보면 이런 소 편성의 극단으로서나마 본 고장의 「셰익스피어」맛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에서 다루게 되는 작품은『햄리트』『오델로』『겨울 이야기』및 『십이야』의 넷이다. 이 4작품에서 몇 개의 장면을 추려서 하루저녁 구경거리로 편성한 것인데『햄리트』와『오델로』는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비극의 명작들이고『겨울이야기』는 그의 만년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연극이고『십이야』는 그의 낭만 희극의 대표작이다. 『햄리트』는 우리나라에 1920년대 이래로 자주 소개되어 왔으며 해방 후에 「신협」에서 상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드라머·센터」개관 공연 때 50일간을 계속한 실적이 있다. 『오델로』역시「신협」의 주요「레퍼터리」로 공연된 이후 근년에도 상연된 일이 있었다. 『십이야』는 대학연극에서「픽업」되어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겨울이야기』 만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픽업」되는 장면을 보면『햄리트』는 1막2장 궁중에서 왕과 왕비 이하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장면이다. 여기서 주인공「햄리트」왕자가 처음 등장하며 그의 유명한 제일독백「셰익스피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잘 아는『약한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가 나오는 대목이다. 어버이를 잃고 어머니의 개가를 역겨워하는 왕자의 결벽성이 잘 나타난다. 다음이 1막4·5장인데 오밤중 성안의 망대에서「햄리트」는 죽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난다. 만나서 그의 비참한 죽음, 그를 독살하여 왕위와 왕비마저 빼앗아간 삼촌인 현왕의 흉계가 밝혀진다.
그 다음이 3막1장「햄리트」와「오필리어」가 만나는 대목인데 왕자는 미치광이 시늉을 하면서(하긴 미치광이 이외의 무슨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오필리어」를 보고 수녀원으로 나가라고 몹시 꾸짖는다. 자기 어머니에서 비롯하여「오필리어」에게 미치고 다시 온 여성들에 향해지는 불신 -.
그는 이 장면에서 유명한 『투·비·오어·낫·투비』의 독백을 한다.
마지막 3막4장은 왕비의 처소에서「햄리트」가 자기 어머니인 왕비를 몹시 공박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햄리트」는 이미 1막2장의 연약한 왕자가 아니고 비수같은 독설로 자기 어머니의 부정을 찌르는 날카로운 행동가가 되었다. 이 장면 역시 3막1장에 못지 않은 명장면이다.
『오델로』중에서 이번에 상연되는 장면은 2막1·3장·「오델로」장군이「키프로스」의 해항에 도착한다고 그를 마중하는 사람들이 나와있고 그리고 「셰익스피어」전체극 가운데서 가장 악인으로 이름난「이야고」의 간계가 싹트기 시작하는 대목이다. 어느 유명한 비평가의 말을 빌자면『무동기의 악』이라고까지 설명된 이 간악한 악에 넘어가는「오델로」의 거의 무방비 상태에 있는「선」이 위기의 절정에 달하는 것이 3막3장 - 이번 공연에 포함되어있다.
고래로 손수건의 등장으로 유명한 장면이지만 물론 손수건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죄없는 인간으로 의혹이라는 함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악의 능력의 문제이고 이 앞에서 우리는 선과 악의 통념적 가치성이 완전히 무력해짐을 통감하게 되는 것이다.
『십이야』는 사랑이 있고 노래가 있고「위트」와「유머」가 보석처럼 깔린 즐거운 작품이다. 이번에 공연되는 부분은 1막4·5장, 남장한 여주인공「바이올라」가 자기 주인인 공작의 사랑의 심부름으로 공작이 사모하는 여성「올리비어」를 설득시키러 가는 장면이다.
그러나 실제는「바이올라」가 은근히 공작을 사모하고 공작이 사랑하는「올리비어」는 「바이올라」에게 마음이 있고 하는 역의 관계를 가진다. 거기에 어릿광대를 위시한 이 극의 또 하나의 재미를 구성하는 희극적 인물들이 한 분대 정도는 나와서 손님을 즐겁게 해준다. 이어서 2막4장에서는 어릿광대의 재담과 노래가 겯들이고 5장은 유명한『「말보리오」 욕보이기』장면. 독립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 그리고 5막1장 - 이번의 마지막의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이기도 하다.「셰익스피어」희극은 아무리 얽히고 설킨 인생의 사연도 끝장면에 가서는 풀리고야 마는 마술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희극에 따르는 약속이지만 동시에 어쩌면 인생을 보는 작가의 눈 자체가 갖고있는 마술일는지 모르겠다.
그는 인생을 넓고도 깊게 본 작가이지만 실제의 작품에서 두개의 눈을(아니면 안경을) 구분해서 쓰고있다. 그런데『겨울이야기』는 비극으로 보는 안경을 썼다가 끝에 가서 희극의 안경으로 바꿔서 쓴 작품이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도중에 바꿔 쓰게끔 한 그의 내심의 변화는 역시 작가의 성장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다. 비록 작품자체는 걸작이 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러고 보니까 이번 공연은 발췌이긴 하지만「셰익스피어」의 여러 가지 면을 골골루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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