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9차례 유해 검출 3차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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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북도청이 유해식품을 단속하다가 업자인 포항삼륜포도주가 재판을 걸어 1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내라는 재판소의 판결을 받고 큰 고민에 잠겼다. 경북도는 원고인 이국형씨가 도청재산을 가집행하러 나서자 한 때 관용차를 대피시키는 소동까지 벌이다가 결국 대구고등법원서 가집행 효력정지결정을 받고 우선은 급한 고비를 면해 한숨은 돌렸지만 그러나 재판의 앞날은 아무래도 불안에 잠겨있는 것이다.
부정식품을 어떻게 다루었기에 재판에 지고 또 16억이란 어마어마한 배상액수가 나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지를 그동안의 재판과정을 통해 엿보기로 한다. 문제의 발단은 66년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특별시가 서울시내에 나도는 포항삼륜포도주(66년8월2일자제품)를 수거, 감정한 결과 유해화공약 「포르말린」이 검출되었으며 보사부는 서울시의 감정결과에 따라 유해물이 검출된 66년8월2일자 제품인 포항삼륜포도주를 폐기하도록 경북도에 지시를 하는 한편 보사부는 계속 포항삼륜포도주 제조소의 포도주를 수거, 감정하도록 한데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이 지시에 따라 경북도는 삼륜포도주에서 직접 「샘플」을 수거하려했으나 마침 제품이 없어 허탕을 쳤다. 도는 하는 수 없이 포항시 보건소직원을 시켜 포항시신흥동 영창상회에서 시판 중이던 포도주 2병을 수거, 경북도 위생시험소에 검사를 의뢰, 이때 「포르말린」이 검출됐는데 경북도는 국세청을 통해 제2차 검사 때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66년8월29일자·동년11월11일자)를 수거, 폐기했다. 이 결과에 대해 원고 이국형씨가 자기회사의 제품을 갖고 와 감정을 수 차례나 의뢰하자 경북도 위생시험소는 원고 이씨로부터 『소송 등의 말썽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감정을 했다.
그러나 이 두 번째의 감정이 재판에서 크게 문제가 된 것이다.
담당 이현우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경북도가 보사부의 지시대로 삼륜포도주 제조소의 제품을 수거하지 않고 시판포도주를 수거했으니 보사부의 지시를 위반했다고 보고 이 감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세 번째의 감정에선 「포로말린」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와 같이 감정결과가 왔다갔다하자 67년l월23일 도·포항시·포항세무서·원고 등 4자가 합동으로 시판되는 삼륜포도주의 제품에 대한 감정을 하기로 합의, 원고입회아래 포도주 30병을 수거, 67년2월22일 경북도 위생시험소에서 검사한 결과 해로운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이로써 포항포도주는 53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그런데 원고 이씨는 시판상품에서 유해독소가 나온 것은 가짜 때문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감정과는 별도로 66년11월16일∼67년2월 사이에 5차례에 걸쳐 자기의사의 포도주를 자신이 수거, 국세청양조시험장에서 검사를 의뢰했는데 이 감정에선 인체유해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l심의 이 부장판사도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측인 경북도는 『자기자신(원고)이 미리 「포르말린」이 들지 않은 제품을 갖고 감정을 의뢰할 수 있지 않느냐』는 꼬리표만은 달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원고가 국세청양조시험소에서 한 5차례에 걸친 감정과 도 위생시험소의 4차례의 감정을 다 합해서 9차례로 보고 이중 검출된 것이 3회, 검출되지 않은 것이 6회로서 3대 6의 비율로 따져 원고측에 승소판결을 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나이가 45세인데 앞으로 67세까지 회사를 경영한다면 결국 15억원의 손해를 보게되어 이 손해금액 15억원과 정신적인 피해 등을 합쳐서 16억2천여만원을 피고가 배상할 것을 판결한 것이다. <대구=최순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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