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다리' 김세진 허드슨강 10㎞ 역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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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서 어머니 양정숙(오른쪽)씨과 함께한 김세진군. [뉴시스]

두 발과 세 손가락 없이 태어난 ‘로봇다리’ 김세진(17)군이 미국 뉴욕 허드슨강 10km를 역영했다.

 김군은 21일(현지시간) 열린 ‘리틀 레드 라잇 하우스’ 수영대회에서 1시간50분27초로 참가선수 280명 중 21위, 18세 이하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맨해튼 79번가 요트 선착장에서 브롱스 방면으로 10km 강물을 역류하는 어려운 코스였다. 수영선수 180명과 일반인이 참가했으며 한국인 참가자는 김군이 유일했다.

 대회가 열린 오전 6시, 김군은 의족을 벗어던지고 강물에 뛰어들었다. 강변에 도착한 후부터는 의족이 없어 기어서 결승점을 끊어야 했다. 그 사이 일반선수 10여 명이 그를 앞질렀다. 일반 선수들처럼 달렸다면 10위권도 가능했다. 김군은 “할 수 있다고 다짐했고, 믿는 대로 됐다”고 말했다.

 김군은 대회를 앞두고 5㎏ 납덩이가 든 낙하산 가방을 메고 매일 14㎞를 달리는 혹독한 훈련을 했다고 한다. 네 살 때부터 ‘로봇다리’를 달고 살아온 김군은 9세에 5㎞ 달리기를 완주하고 해발 3870m의 로키산맥을 등정했다. 12세 땐 10㎞ 단축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재활 치료를 위해 5세 때 시작한 수영에서 재능을 발휘해 13세이던 2009년 세계장애인선수권(19세 미만) 수영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를 땄다.

 김군은 올해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에 수시전형으로 최연소 입학했다. 10년 안에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가 되고 싶다는 김군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돼 장애우들의 꿈과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IOC 위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6년 브라질 장애인올림픽에서도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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