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대신 색깔 통했나 … 아이폰 '골드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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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판매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아이폰5S를 구매한 한 고객이 기뻐하고 있다. [뉴욕 로이터=뉴스1]

‘골드 러시’.

 황금을 찾아 나선 19세기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뜻하는 게 아니다. 애플이 20일(현지시간) 새로 선보인 황금색 아이폰의 인기를 빗대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이 재치 있게 표현한 말이다.

 애플이 20일 오전 8시를 기해 미국·독일·영국·중국·일본 등 11개국에서 신제품 ‘아이폰5S’(고급형)와 ‘아이폰5C’(저가형)의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이 두 종류의 아이폰을 같은 날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위치한 애플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는 전날 밤부터 애플 매니어들이 모이더니 매장이 열릴 무렵에는 600여 명이 신제품 구매를 위해 줄을 섰다. 허핑턴포스트는 LA의 애플스토어 앞에서는 노숙자를 동원해 줄을 세우고 아이폰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첫선을 보인 아이폰 5S 황금색 모델은 판매 개시 10분 만에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이를 빗대 ‘골드러시’라는 표현까지 썼다. [베이징 AP=뉴시스]

 미국뿐 아니라 다른 1차 출시국에서도 수십~수백 명의 고객이 매장 앞을 점령하는 풍경을 연출했다. 온라인을 통해서도 주문할 수 있으나, 실제 손에 쥐기까지는 며칠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특히 5S 황금색 모델은 판매 개시 10분 만에 재고가 바닥났다. 애플이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인 모델 색상이다. 현재 미국·호주 등에서 5S 황금색을 온라인 주문하면 10월 중 배송되는 것으로 나온다. 다른 색깔의 5S 모델이 7~10일, 저가형인 5C의 경우 1~3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인기다. 경매사이트 이베이에는 품절된 5S 황금색 모델이 경매에 올라오기도 했다. 32GB 무약정 예약판매 상품인 이 제품의 낙찰가는 3050달러로 애플 스토어의 공식 가격(749달러)의 네 배에 이른다.

 ‘스티브 잡스의 혁신이 사라졌다’는 부정적인 평가 속에서도 이번 새 아이폰의 데뷔는 일단 ‘합격점’이라는 반응이다. 애플은 IT 전문 블로그인 ‘올싱스디지털’에 “새 아이폰의 수요가 믿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중국의 제조사에 더 많은 5S 황금색 모델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안정적인 공급이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5를 출시하며 첫 주 5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예상했지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실제 판매량은 기대를 밑돈 아픈 기억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양키그룹의 칼 하우 애널리스트는 “최대 700만 대의 판매가 예상되지만, 공급이 달리게 될 경우 판매량이 500만 대를 밑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1차 출시국 명단에 한국이 포함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9월 공개된 아이폰5가 한국에선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점을 감안하면 이번 5S·5C는 일러야 11월께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애플은 아이폰 출시에 맞춰 새 운영체제(OS)인 ‘iOS 7’을 선보였다. 멀티태스킹과 카메라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와이파이로 주변 사람들과 콘텐트를 공유할 수 있다.

도난당한 아이폰 데이터의 삭제도 가능하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눌러야 풀리는 잠김화면에서 전화를 걸거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볼 수 있는 버그가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친구 목록이 사라지거나 일부 게임이 작동하지 않는 등의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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