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YWCA 창설 생존자 김필례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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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 YWCA 연합회는 14일 소사에 있는 버들 캠프에서 70년도 위원·직원 협의회를 열고 ①여성의 자질 향상을 위한 성인 교육 ②여성 취업 지도 ③소외 계층과 소외 지역의 발전 도모 ④청소년의 사회 참여를 위한 능력 개발 ⑤도시화 속에서의 기독교 운동 강화 ⑥보건 및 환경 강화 등 70년∼73년의 사업 계획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이날 협의회는 김필례씨를 뜻깊은 손님으로 맞아 강연을 들었는데 김 여사는 이미 고인이된 김활난·유각경씨와 함께 48년 전 조선 여자 기독교 청년회 (YWCA)를 조직했던 유일한 생존자. 81세의 고령을 잊게 하는 쩡쩡한 목소리로 여성 운동의 방향에 대해 연설한 그는 50여명의 젊은 후배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교회와 사회의 중간에서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부녀 사업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 김 여사는 일제의 압박과 무지의 암흑이 지배하던 창설 당시의 사업은 광범위한 계몽 사업이었다고 회고했다.
조혼의 폐단을 알리는 계몽에서 애국심, 공중위생, 여권신장까지를 계몽했으며 『무식하다는 이유로 버림받던 신학문을 한 남편의 아내들을 위해 야학도 경영했었다』고 김 여사는 말했다. 1922년부터 37년까지 광주에 세웠던 야학에는 3백여명의 부녀자들이 밤길을 걸어와 무식한 설움을 씻었으며 여자도 하나의 인간이라는 자각을 가르쳤다.
『낫 놓고 기억 자도 모르는 나이든 여자들에게 글눈을 틔우기 위해 석달씩 씨름할 때는 내가 이 시간에 다른 보람 있는 일을 하는게 옳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하니 한 개인 개인에게 행복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아무리 규모가 큰 여성 운동에 있어서도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김 여사는 결론을 지었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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