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신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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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3일 「워싱턴」빌 동화통신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북괴가 주한미군감축을 악용할 경우, 감축을 전면 중지하거나 일정을 늦출 것이며, 이미 발표한 주한미군 2만 감축계획도 북괴의 반응 및 군사력에 따라 그 일정표가 변경될 것이라고 지난 13일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가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의 소스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날 미국무성에서 열린 민간 지도자들을 위한 외교정책회의에서 국가안보합의 고위관리들은 대한공약 준수를 위해 미국은 한국에 적절한 병력을 계속 주둔시킬 것임을 거듭 다짐하면서 여하한 경우에도 주한 미군위 전면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한편 같은 날 유엔에서 미·일·호 등 서방측 19개국은 유엔총회가 유엔군 및 유엔 한국통일부흥위원단의 한국존속 및 유엔군 사령부의 주한 계속을 정식 결의로 확인한 것을 제안했는데 이 안의 통과는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및 유엔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주한 미군감축문제를 싸돌고 불안을 느끼던 한국과 한국민을 크케 고무해 주는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수개월동안 미국은 한국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 보장·후 감군』이라는 한국측의 요구를 충족해주지 아니하고서 예정해 놓은 계획에 따라서 일방적으로 감군을 단행해 왔었고, 때문에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에 대한 신뢰감은 적지 않이 저하되었었다. 우리는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제국자체의 힘으로』라는 대 목표를 내걸고, 미국이 「닉·독트린」을 전개, 「아시아」지역에서 군사력의 후퇴를 강행하게 된 동기와 심정 또는 경위 등을 이해치 못하는 바 아니로되, 공산도배들의 침략적 호전주의가 실제로 물을 뿜을 위험성이 가장 많은 한국전선에서 미국이 충분한 보완책을 강구치 않고, 일방적인 감군을 단행하는 것이 크나큰 모험이라고 누차 지적해 왔었다.
우리의 이와 같은 불안감 내지 위기의식은 최근에 열린 북괴 노동당 대회가 남침준비의 완성을 호언장담하고, 더한층 전력증강을 위해 마지막 피치를 올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으로만 보아도 그 정당성이 입증되는 것이다.
북괴는 항상 「평화통일」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내세우고 있지만, 그 「평화통일」이란 말의 진의는 첫째로 한국에서 모든 외군을 철수시키고, 둘째로 남한에 혁명을 일으켜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끝으로 그 혁명을 일으킨 세력과 제휴하여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므로, 폭력과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야욕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님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북괴가 「평화통일」의 첫째 조건으로 모든 외군철수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결국 미군만 물러가면,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을 전복키 의한 폭력투쟁·무력투쟁을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북괴가 미군 철수를 20개년을 두고 갈망해 왔고, 또 지금은 전쟁준비가 일단락 지어졌다고 호언하고 있는 판국에 주한미군을 무모하게 감축한다는 것은 그 이유나 동기 여하를 불문하고 북괴가 마련한 함정에 빠져 들어가는 제1보가 되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우리가 미군의 무기한 주둔을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이 남북 관계에 있어서 군사면이나 경제력이 있어, 저들을 능가할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자신을 가질 때까지는 주한미군의 감축을 하지 않는 것이 한 미 양국의 안전을 위해 절대 불가결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정부 내에 새삼 주한미군 감축에 신중을 기하자는 논이 대두하였음을 우리는 환영하는 것이요, 이 신중론이 실제 정책면에 반영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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