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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당·청 조율 역할 하겠다” … 여권 요동 조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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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1호 05면

서청원(70·6선) 전 한나라당 대표는 추석 연휴인 20일과 토요일인 21일 연이어 경기도 화성시를 찾았다. 서 전 대표의 측근인 박종희 전 의원은 “화성에 살고 있는 외사촌을 만나고 조상 묘도 있어 둘러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월 재·보선 정치학

 경기 화성갑은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의 별세로 10월 30일 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이다. 서 전 대표는 16일 비공개로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서 전 대표 측은 “당에서 비공개로 공천을 신청해 달라고 요청해 그런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며 공천을 제대로 받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최근 지역 내 종교 지도자들과 원로들에게도 연락을 다 돌렸다고 한다.
 
“당 대표·국회의장 도전 안 할 것”
서 전 대표의 10월 보궐선거 출마는 여권 내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가 당선돼 정치 전면에 등장할 경우 친박 세력, 나아가 여권 내부의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서 전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 상임고문을 지냈고, 2008년 제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연대를 창당했던 ‘원조 친박’계의 원로 출신이다. 이미 새누리당 내에선 그가 ‘김무성 의원의 당권 도전을 견제하기 위한 청와대의 카드’라는 설부터 ‘서청원 당 대표-최경환 원내대표-홍문종 사무총장 체제’를 통한 친박계의 당 장악 시나리오설, 지방선거 전 ‘포스트 박근혜’ 구도를 짜기 위한 역할론설, 국회의장 도전설 등이 파다하다.

 그러나 서 전 대표 측은 여러 자리에서 “당 대표와 국회의장직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당·청 관계를 원만히 조율할 당 원로로서 역할은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최근 당내 주요 인사들을 연이어 만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서 전 대표 측근의 전언.

 “서 전 대표가 이달 초에 김무성 의원을 만나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안다. 이 자리에서 서 전 대표는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김 의원)하고 당권 경쟁을 하겠나’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김 의원도 ‘(서 전 대표가 국회에) 들어와서 역할을 해주셔야죠’라며 화답했다고 들었다.”

 서 전 대표는 “10년 전에 이미 당 대표를 했는데 또 하겠나”라며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 출마가 유력한 김 의원을 안심시키려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최근 의원 모임을 여러 개 발족시키며 세력화에 나선 상태다. “청와대가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서 전 대표를 밀고 있다”는 설이 퍼져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서 전 대표의 이런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서 전 대표가 먼저 화합의 손을 내민 만큼 김 의원도 향후 서 전 대표를 청와대와의 소통 창구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서 전 대표는 16일엔 친이계의 좌장인 이재오 의원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중앙대 선후배(서 전 대표는 정치외교학과, 이재오 의원은 경제학과) 사이다. 하지만 친이, 친박으로 갈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현재 당에서 친박만 움직이고 친이는 숨죽이고 있는데 친이를 당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대표도 “형님이 들어와서 역할을 해주셔야겠다”고 화답했다는 전언이다.

 서 전 대표는 이외에도 최근 재선 이상 당내 중진들과 접촉해 자신이 향후 적극적인 역할을 할 뜻을 내비쳤다. “오래전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지켰던 원로로서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애프터 서비스’를 하겠다. 이번에 출마하는 목적 자체가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봉사하려는 거다.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싶다”는 게 주요 논리라고 한다.

『우정은 변하지 않을 때 아름답다』 의미는 …
그의 이 같은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와대에 힘이 집중된 가운데 황우여 대표 체제의 새누리당이 여당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해 권력의 구심점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다, 대야 관계도 풀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황 대표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현재 김무성 의원에게 힘은 쏠리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가 썩 회복된 것 같지 않고, 최경환 원내대표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소통은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서 전 대표는 연륜이 있으니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도 대화가 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결국 서 전 대표가 나서면 박근혜정부 출범 뒤에도 삐걱대던 친박계 내부 질서가 정리되고, 당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문제는 서 전 대표가 친박연대 시절 비례대표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복권되긴 했지만 정치자금법 처벌을 받았던 전력이 있는 그를 공천하면 새누리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당 관계자는 “10월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가 두 군데밖에 없고 안철수 의원도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당으로선 부담이 없는 선거”라며 “그러나 서 전 대표가 출마하면 야당이 실형 전력을 쟁점화할 우려가 큰 데다 만약 선거에 지기라도 하면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갑 출마를 준비해 온 새누리당 김성회 전 의원도 “서 전 대표의 정치 재개를 두고 야당의 공세가 시작됐다. 정치 혁신을 해 온 새누리당과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박 대통령에게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주고 있다. 서 전 대표가 이런 파장과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출마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공격하고 있다.

 결국 여권의 관심은 ‘박심(朴心)’에 쏠려 있다. 서 전 대표의 역할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것이다.

 서 전 대표 측은 “대통령도 국회에서 역할을 할 사람이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특정 인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밝히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 드러내놓고 당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입장이라 속내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박 대통령은 그동안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며 의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을 보여왔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둬서인지 서 전 대표는 최근 『우정은 변하지 않을 때 아름답다』는 평전을 냈다. 그가 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이 같은 메시지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가 당 공천을 받고 보궐선거를 통해 재기에 성공해 실제 여권 내 권력 재편의 주축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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