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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당은 향토예비군의 폐지문제를 둘러싼 여야간의 안보논쟁에 냉각기를 두기 위해 금주 초에 열려던 안보국회 소집방침을 바꾸어 오는 17일 신민당의 대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한다.
이 국회의장도 신민당의 대안을 기다리고, 냉각기를 갖기 위해 본 회의를 열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태도를 밝혔으며 신민당 또한 국회 본회의를 서둘러 열 계획은 없고 다만 공화당이 국회를 재개하면 이에 나설 방침이기 때문에 오는 20일까지의 휴회 중 본 합의가 열릴 가능성은 적어졌다.
신민당 측은 동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의원이 지방유세에서 밝힌 미·소·일·중공 4개국에 대한『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지 요청 안』과『향토 예비군 폐지안』등을 정식당론으로 굳혀 이를 되풀이 주장하고 있는데 반하여 이런 주장이 한국의 안보에 해롭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측은 그 동안 지나칠 이만큼 흥분된 자세로 이에 맞서는 격렬한 반발을 일으킴으로써 우리 나라 정국이 과열상태에 빠졌던 것은 국민이 모두 한심을 금할 수 없던 터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처럼 국토가 분단되어 남북관계가 휴전 동결상황 유지로 소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조건하에서, 안보와 관련되는 문제는 이를 되도록 이면 정권 투쟁에 있어서 논쟁의 「이수」로 삼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4개국에 대한 전쟁 억지요청 안』이나『향군 폐지론』등이 뛰쳐나와 여야간의 대립이 격화케 된 것은 이 문제에 관한 여야간의 견해가 근본적으로 마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여 신민당 측은 아무리 외교·국방분야에 속하는 문제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주장이라면 정권 투쟁을 통해 차기집권을 내다보는 정당의 정강정책으로서 망연히 제시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반해, 공화당 측은 그런 주장은 도시 내세워서도 안 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다.
국방·외교분야에 있어서 여야가 정책상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한계가 무엇이냐는, 반공법이나 기타 국가안전·사회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를 단속하는, 여러 가지 법규에 의해 객관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정치는 어디까지나 『동적인 것』인 데다가 일국의 국방·외교정책은 국제정세의 추이에 따라 수시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므로 외교·국방분야에 있어서 정책상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현실적인 한계는 매우 미묘한 데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반영구적인 기준을 실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또 설령 그런 기준을 실정하기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정세변화에 따라서는 늘 말썽이 생겨나게 마련일 것이다.
이번 여야가 이른바 「안보논쟁」으로 서로들 흥분하여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치적인 면에서 외교·국방분야의 정책상 논쟁을 벌일 수 있는 한계가 무엇인가가 구체적으로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할 수 있다.
안보논쟁으로 극도로 신경을 날카롭게 한 공화당 일각에서는「안보문제 쟁점화금지」를 선거법자정에 포함시켜 그 입법화를 검토 중에 있다고 까지 들린다. 안보논쟁을 국가안보에 덮어놓고 해롭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의견을 갖는데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보에 대한 정책논쟁의 한계가 문제로 등장하는 것은 대체로 법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면에서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안보논쟁에 있어 진정으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종지부를 찍기를 원한다면 공화당은 법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여야가 안보논쟁의 한계에 관해 정치적인 타결을 짓고, 총선이 끝날 때까지 서로들 이를 준수해 나감이 욺을 것이다.
여야가 일단 냉각기틀 가지고, 신민당이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공화당이 대기하는 상태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나, 또 신민당이 안보 문제에 대한 낙착이 어떻게 되건 간에 이와는 별도로 예산국회에 적극 참여해 가지고 원내투쟁에 치중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히 의회주의 정당으로서 현명한 방침을 세운 것이라 할 수 있다. 양당 냉각기를 거치는 동안 지금까지 자신들이 취해온 태도를 서로 겸손하게 반성하고 양당 수뇌 자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의사소통의 기회를 마련해 가지고 재개되는 국회 안보문제를 가지고 이 이상 비생산적인 소란을 피워주지 않기를 우리는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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