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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그리오크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번 미국 중간선거처럼 다채로 왔던 것도 드물다. 패자도 없고 승자만 있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닉슨」은 상원에서 공화당이 2석을 더 확보하여 중간선거의 전통을 깼다고 만족하고 있다 한다.
민주당에서는 또 차기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라 할 주지사선거에서 13명의 공화당소속 주지사들을 몰아냈다고 기뻐하고 있다.
선거 「이슈」가 이번처럼 뚜렷했던 적도 드물었다. 평화냐 아니면 질서냐의 양자택일이나 다름없었다. 「닉슨」 행정부의 『공격목표 제1호』였던 「테네시」의 「베테랑」상원의원 「앨버트·고」가 떨어진 것은 그가 비둘기파였기 때문이다. 반면에 「애들레이·스티븐슨」의 아들이 「일리노이」주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도 그가 비둘기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개개인의 다채로운 능력과 이름에 달렸던 것 같다. 그리고 여기에 또 미국사회와 정치의 강점이 있는 것도 같다. 가령 일본의 경우 정치가나 고위 행정가의 거의 전부가 동경대학이 아니면 경도대학출신이다. 이런 일종의 학벌정치를 상징하는 것으로 「디그리오크러시」(Degree-ocracy)라는 신조어까지 유행되고 있다.
이것은 「엘리트」층의 안정성과 또 한편으론 자기 폐쇄성을 의미한다.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라고 염려하는 일본인 학자들이 많다.
미국은 이와 다르다. 물론 2세들이 아버지의 후광을 비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유명한 「태프트」,「스티븐슨」,「사이밍턴」,「골드워터」등의 아들이 모두 상원, 아니면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출신성분이나 학벌은 그리 문제되지 않는다. 「캘리포니아」에서 예상을 뒤엎고 낙승한 초선 상원의원 「존·터니」는 전「헤비」급 「챔피언」「진·터니」의 아들이다.
「프로」 권투선수의 아들이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의 아들 「에드워드·케네디」와 절친한 친우라는 것도 역시 미국다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두 명밖에 당선 못했지만 성직자가 I3명이나 출마했다는 것도. 또는 영화배우출신인 「캘리포니아」주지사 「로널드·리건」이 이번에도 압승했다하여 차기 공화당 대통령 입후보자의 물질에까지 오른 것도 미국다운 얘기라고 할까. 「모보크러시」(Mobocracy=중우정치)라고 빈정대는 사람도 있지만, 아직은 미국선거의 「페어·플레이」에서 본뜰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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