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무대서 인기공연중인「사강」의 신작『풀 속의 피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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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파리=장덕상 특파원】「프랑솨즈·사강」의 새 연극『숲 속의 피아노』가 몽·마르트르 언덕 테아트르·드·라틀리에서 한달 째 계속 성황을 이루고 있다. 19세에『슬픔이여 안녕』으로 데뷔, 문학소녀로 널리 알려진 사 강도 이젠 35세를 지나 40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이마엔 주름살이 늘어나고 있다.
「사 강」은 그의 작품이 계속 잘 팔려 돈도 벌고, 좋은 집과 좋은 차도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보다도 고독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인생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신이 표현했듯이 자그마한 허약한 맹수에 불과하다. 자신은 여주인공 모드와 아무런 연 관이 없다고 강조하지만 사 강의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과 인생관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모드가 사 강의 작품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연극의 줄거리는-
주인공은 40대의 미모 모드. 그녀는 재산이 많아 세계의 값진 보석을 찾아다닌다. 나이는 40대이나 마음은 아직 너무나 젊다. 20대를 그리워한 나머지 20년 전에 친했던 친구들을 모아 재미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자 계획한다. 그녀의 첫 애인이었던 주정뱅이 화가 루이, 틀에 박혀 융통성이 없는 소르본 대 철학교수「에드몽」, 여전한 바람둥이「앙리」, 나의 집 심부름꾼이 된「실비안」, 앙리의 애인 20대의「이자벨」등이 모드의 초대를 받고 투렌에 있는 별장으로 모인다. 모드는 화려한 별장을 자랑하며 정원 잔디 위에서 피크닉을 베푼다. 1950년6월 어느 날 일기장을 뒤지며 수 다를 떤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감동되거나 흥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드는 자신이외에 누구도 20년 전 오늘을 회고하지 못하고 시들어 빠진 옛친구들을 원망하며 실망에 잠긴다. 이제 남은 최후의 희망은 20년 전에 헤어져 소식이 없는 그녀의 영원한 애인「장·루」를 만나는 일이다.
그의 희망은 헛되지 않을「강·루」가 내일 도착한다는 전보가 날아 들어온다. 모두들 이 소식에 얼떨떨하게 되고 모드는「장·루」를 맞기 위한 치장에 바쁘다.
이윽고 이튿날 키가 후리후리한 호남형 장·루가 나타난다. 그런 장·루는 총기가 번쩍이던 20대의 지성적 시인이 아니었다.
이젠 돈과 고급승용차와 일류 레스토랑과 가정만을 얘기하는 대성한 사업가에 불과하다. 장·루는 내일 최고급 식당서 식사를 하자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를 번개같이 떠난다. 실망한 모드는 동맥을 끊고 자살을 기도하나 미수에 그친다.
연극의 주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얘기. 무대장치도 평범하다. 그래서 평론가들은『숲 속의 피아노』는「거리의 연극」(대중연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사 강」의 연극은 이오네스코나「장·아누이」의 연극같이 깊이가 있지 않다. 그러나「사 강」의 특징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를 완전히 실감나게 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연극을 보는 게 아니라 연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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