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전략무기제한회담의 속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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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는 미-소 전략무기제한회담(SALT)의 제3차 회의가 속개됐다. 지난 8월 빈에서 열렸던 제2차 회의에 이어 3개월만에 속개되는 이번 회의는 개회식이 끝난 직후부터 비공개협상에 들어갔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번 헬싱키 회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지난번 제2차 회의 휴전직전에 미국이 제안했던 (1)미-소 두 나라가 각기 보유하고 있는 장거리「미사일」수의 상한선 설정 (2)대형 로키트 수의 제한 (3)미사일 요격 망(ABM)의 해체, 또는 ABM 배치를 수도방위에만 국한하자는 제안에 대해 소련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있다 할 수 있다.
69년 말에 예비협상을 끝내고, 금년 봄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기 시작한 전략무기 제한회담은 세계평화가 보다 더 확고해지기를 염원하는 인류의 희망을 반영해가면서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인류 공 멸의 위기감을 가중케 하고 있는 핵「미사일」무기의 보유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달함으로써 오늘날 핵과 미사일은 전력의 원천으로 간주되기보다 대전의 폭발을 억제하는 힘으로서 오히려 세계평화유지에 공헌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하에 있어서는 전략무기의 무궤도한 보유경쟁은 강대국인 미소 양대 국에 있어서도 국민경제에 대한 무거운 압력은 될망정, 국가의 안보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는바 근소한 것이다. 여기에 미-소 두 초강대국이 전략무기의 개발·생산·보유·사용을 제한하는데 합의를 보도록 촉구해야 할 근본적 이유가 있다.
최근 수년 내 미-소 평화공존의 심화, 동서간 해수무드에 성숙 등은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기본적 특징을 이루고 있고, 때문에 70년대는 대결이 아니라 협상으로 국제권력정치가 움직여 나갈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서게 되는 것이다. 이미 두 번에 걸쳐서 전략무기제한회담을 연 미-소가 이번 3차 회담에서도 조약채결이 실현되지 않으면, 명 춘에 제4차 회담을 열 계획으로 장기협상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도 적어도 초강대국간에서는 힘의 대결을 가지고 계 쟁점을 해결 짓고자 하는 것이 고 가한 독성을 따르게 할 뿐 아무 실리가 없는 모험임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음을 말하여 주는 것이다.
전하는바, SALT에서는『전략무기를 제한하자』, 또 혹은『못하여도 핵 군축협정을 맺자』는 원칙적인 면에 있어서 만은 양국간에 의견이 거의 접근해 가고 있다고 하며, 그들이 계속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주로 제한의 수단과 방법 등 기술적인 문제에 있어서 의견의 합치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끈덕진 협상 끝에 63년8월에는 핵실험금지 협정이, 그리고 다시 67년 l월에는 핵 확산금지협정이 성립된 경험에 비추어, SALT 역시 구체적인 조약으로 결실될 것은 예측하기에 어렵지 않다. 다만 이러한 미소간의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그 밖의 핵 국가들이 이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점이 미묘한 문제로 남을 뿐이다.
SALT의 개최를 앞두고 중공은 때마침 북 평을 방문중인 일-중 우호협회 및 일본사회당 사절단 대표와의 회담에서 중공이 (1)핵무기 사용금지의 합의 (2)핵무기 사용의 전면금지 및 핵무기 전면폐기를 위한 세계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2단계 제안을 발표했다고 한다. 중공의 이와 같은 제안은 다분히 사전적인 효과를 노린 것이고, 핵 국가로서의 중공이 미-소와 동동한 레벨에서 발언권을 차지해 보겠다는 저의를 드러낸 것으로 보여진다. 뒤늦게 간신히 핵 국가로 등장한 중공이 이런 선전공세를 편다는 것은 미소 양대 국이 지배하는 세계체제에 도전하려는 그들의 상투적 수법이지만, 우리는 중공의 제안이 주시 미국만이 핵무기를 독점하고 있던 시대에 소련이 내놓았던 제안과 흡사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중공이 핵 국가이기는 하되, 미-소등에 비하면 심히 열세에 서있음을 스스로 말하여 주는 것이다.
우리는 중공이 핵무기 사용의 전면금지를 주장하기에 앞서 세계문제에 있어 일 절의 침략적 도전을 삼가고 평화에의 성의를 행동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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