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1)망향 사|조영식<경희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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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 곧 돌아온다고 손짓을 하며/떠나서 나온지 어제 같은데/세월은 벌써 흘러 이십유오/어느 때나 뵙게 되랴 부모처자를/간밤에 기러기 떼 날아들더니/소식 끊긴 고향 꿈에 베개 적셨네/언제나 만나랴 그리운 사람들/언제나 보게 되랴 그리운 산천.
2, 휴전선은 아직도 굳어만 가는데/사람들은 벌써 늙어 백발이 되네/한 많은 남북통일 나서서 이루어/자유의 깃발 들고 내 고향 가서/내 살던 옛 땅에 태극기 꽂고/자유통일만세라고 외치리다/언제나 만나랴 그리운 사람들/언제나 보게 되랴 그리운 산천.
38도선이란 민족적 비극의 장벽이 국토를 양단한지 25년만에 참다 참다 못하여 그리운 고향산천과 부모친척의 안위를 생각하며 이번 7백만 월남동포들은 망향 제를 가졌다. 4반세기동안이나 결하였던 조상성묘를 망배와 망제로 대신하려고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우리가 이 싯점에서 감상적인 향수에만 젖어있을 수 있을까?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망향 심에 젖을 때마다 우리는 자주통일의 실현을 위하여 온갖 것을 바치려는 새로운 각오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지난번 박대통령 각하의 8·15선언은 통일에 대한 새로운 민족적 역량 집결의 새 지표를 명시하였다. 앞으로는 민족상잔을 되풀어하는 침략전쟁으로서가 아니라 정정당당히 선의의 경쟁으로 UN의 권능을 인정하고 국력을 배양함으로써 자주통일을 기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북괴의 김일성에게 바라는 것도 앞으로는 더 이상 동족을 살상하는 범죄를 범하지 말고 군비확장 대신에 산업건설을 통하여 북한의 동포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선의의 경쟁에 대결해 달라는 것이다.
7백만 월남동포들도 망향의 슬픔 속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라 이와 같은 통일지표를 전적으로 지지하여 자주통일의 새 아침이 올 때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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