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고전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최근 모스크바의 한 대서 점을 찾은 서방기자는 점원에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어느 거나 하나 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 점원은 "수주 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한 권이 있었는데 당장 팔렸기 때문에 지금은 한 권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건 마치 런던의 대서 점에 들어가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하나도 없다거나 뉴요크에서 제일 큰 서점에 「어니스트·헤밍웨이」의 작품이 한 권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기한 일이어서 이 기자는 어안이 벙벙했다고.
소련에는 현재 다른 소비품과 마찬가지로 출판용 종이가 극히 부족해서 서적출판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설정이라는 것. 학생들은 필수독서조차도 잘 사볼 수 없으며 고전의 경우 가끔 출판은 되지만 서점에 나오는 즉시 사두지 않으면 다시는 살수 없을 정도로 당장에 매진되어 버린다는 이야기다.
그뿐 아니라 신작들은 대개가 공산당의 소위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원칙에 따라서 쓴 것이어서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일단 대중들이 고전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찾게 되는 것도 그 이유중의 하나.
이번에 노벨상을 받게 된 솔제니친의 작품 같은 것은 암시장에서나 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헤럴드·트리뷴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