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의 보수결속 구상 깨는 『「애그뉴」』의 무차별 독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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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태프트」-「덜레스」-「골드워터」-「윌리스로」 이어지는 미국 우파노선을 뒤따르듯 법과 질서(우익의 상징표어)의 선봉장으로 나선「애그뉴」부통령의『진보파 박멸』선거유세가 상원과 공화당의 다수·안정세력을 확보하려는 닉슨에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를 두고 이론이 분분하다.
「애그뉴」의 반 진보세력 독설이 중간선거에서 혹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진 몰라도 닉슨의 다수파 구축작전에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애그뉴」의 무분별한 『급진분자』공격은 당 내외의 중도파, 진보파, 온건한 보수파들을 대 연합세력으로 묶는데 역효과를 냈다는 것. 미국적인 머조리티 구축은 보수·자유·진보를 망라하는 각 계층 특히 극좌·우파를 제외한 범중도 세력을 흡수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의 탁월한 자금 캠페인이나 범죄·폭력사태에 대한 경종은 당내에서 높이 평가된다. 그러나 그의 보수주의적 독설이 민주당의 온건파나 공화당의 진보파까지도 마구 두들겼기 때문에 닉슨이 구상한 민주·공화를 망라한 범보수진영의 결속이 깨질 위험성이 생긴 것이다. "상원을 급진자유파가 지배하느냐, 아니면 온건한 중도·보수파가 지배하느냐"의 이데올로기적 슬로건을 내걸고 그가 뉴요크 주의 「찰즈·구델」공화당후보를 진보주의자라는 이유로 정치적 성전환이라 비난하고 보수적 타당후보를 오히려 지지하자 많은 당내 진보파들이 맹렬히 반발, 전선분열의 기미가 노골화했다. 민주당은 그 나름대로 범죄퇴치방안을 두르는 등 "우리라고 난동을 방조하는 줄 아느냐. 케네디 형제를 잃은 민주당이야말로 픅력의 피해자"라고 응수하는가 하면 지식인들은 사전을 뒤져가며 찾아내는 「애그뉴」식 신조어 남발을 비웃고, 공화당의 「찰즈·퍼시」, 「마크·해트필드」, 「에드워드·브루크」등 진보파의원들은 닉슨-「애그뉴」 조의 의도가 자당 내 자유주의자까지도 숙당하려 한다고 반발하고있다.
「메릴랜드」 출신 「로저즈·모턴」공화당 하원 의원이자 전국 위의 장을 보고는『단순한 당료』라고 낮춰 불렀다가 전국의 당인들을 분개시켰고 「넬슨·록펠러」는 아예 자기 선거구에 오지 말아달라고 거절했을 정도.
고압적인 보수주의의 캐치프레이즈로 상원을 「조용한 다수」의 점령지로 만들려다가 오히려 당 외는 물론 당내의 중도파까지도 이반케 한 장본인이 바로「애그뉴」라는 소리가 점고하는 판이다. <유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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