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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에 시드는「고국의 헌화」 유엔묘지 19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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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4일 제19주년「유엔·데이」는 6·25동란 때 이역만리에서 참전했다가 숨진 유엔군이 잠든 유엔 묘지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31·74 에이커의 이 유엔묘지에는 당시 인천·개성·밀양·마산·대구·대전 등지에 흩어져있던 「유엔」군의 유해를 옮겨 51년 4월 5일 봉납한 뒤 55년 12월 15일 전몰장병의 기념묘지로 하자는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60년 3월 31일 관리권이 넘겨져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엔 묘지로 명명된 것이다.
이국 땅에 혈육을 묻은 외국의 부모·형제들은 「유엔·데이」만 되면 꽃을 보내고 직접 찾아와 영령을 위로하는가하면 묘지에 덮인 흙을 떠 내가기도 했다.
영국의 「퍼시」여사는 3개월에 한번씩 대사관을 통해 장미꽃 조화를 아들「퍼시」하사의 무덤에 놓아주게 하고 있고「이디오피아」의 한 어머니는 해마다 이날이면 아들이 묻힌 묘지의 흙을 보내달라고 부탁, 관리인들이 보내고 있다.
「터키」의「이스탐불」대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사 보낸 성경은 유리상자에 넣어져 보존되고 있으며 호주와「퍼리」여사 (49)가 보낸 묵주는 아들 「V·J·퍼리」하사의 묘비 위에 어머니의 손길이 어루만지는 것처럼 걸려있다.
미국·「프랑스」·영국 등 참전 16개국 용사들의 유해는 그 동안 (51년∼54년 사이)가족들의 요청으로 말없이 고국으로 돌아가 현재는 영국군 8백 84위, 터키 4백 62위, 캐나다 3백 78위, 호주 2백 81위, 네덜란드 1백 17위, 프랑스 44위, 뉴질랜드 34위, 남「아프리카」11위, 미국 3위,「노르웨이」1위, 무명용사 4위, 비전투원 12위와 한국군 36위 등 2천 2백 67위가 잠들어 있다.
한편「유엔」묘지 부근의 여러 공장에서 생긴 공해요인으로 가을이 되어도 맑은 하늘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묘비가 퇴색하고 화초가 말라붙는 등 많은 문젯점은 올해에도 여전하여 묘지 관리소와 부산진 구청은 묘비를 닦고 먼지를 터는데 1백여 명의 인부를 등원해야했다.
부산시는 당초 이곳의 공해를 막기 위해 1km이내에는 공장을 짓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연합철강·동국제강·동명목재 등 굴뚝에서 솟는 매연은 기념식이 거행되는 24일에도 여전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부산=이무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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