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13회 김진표 부총리 내정에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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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노무현 정부 첫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가가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내정자가 전윤철 경제부총리에 비해 8년이나 젊어지기 때문이다. 행시 기수로도 田부총리는 4회이고 金내정자는 13회다. 여기다 金내정자와 행시 동기인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도 장관 승진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시 13~14회가 주요부처 장관급에, 14~17회가 차관급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부처의 대폭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관가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반응은 직급별로 엇갈리고 있다.

12~17회의 차관.1급.국장들은 후배가 상급자로 올 경우 옷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요하고 있다. 반면 그 아래 국.과장급들은 젊은 청와대와 호흡을 같이 하기 위해선 물갈이가 필요하다며 내심 반기는 눈치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1급이나 고참 국장들은 일손이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17회 차관이 나올 경우 10여명은 후배 밑에서 일하거나 나가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특히 국세청의 경우 경제부총리 내정자와 동기인 행시 13회 국장이 4명이나 돼 큰 변화가 예상된다.

관가 세대교체는 유관기관 및 국책은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차관급이 행시 16~17회까지 내려가면 14회 이전 공무원 중에서 옷을 벗어야 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제관료들이 차지해 온 유관기관이나 국책은행에서도 연쇄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심사는 경제부처의 위상이다. 청와대 정책실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盧대통령 개혁파 학자를 대표하는 이정우 정책실장이 경제정책의 중심에 설 것이란 관측이다. 李실장은 "정책 조정보다는 입안 기능이 강할 것"이라면서도 "경제부총리가 주관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는 그대로 유지하되 재경부가 못하면 국무조정실로, 그래도 안되는 중요한 과제는 정책실이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료 출신인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은 "대통령 프로젝트 등 경제의 근간을 새로 짜는 일은 정책실이 맡는다"며 "결국 경제정책은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나눠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경제부총리의 힘은 예전에 비해 떨어질 전망이다. 金경제부총리 내정자 등 경제부처 각료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보다는 '일이 되도록' 만드는 성향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언뜻 보기에 경제팀에 관료가 많아 안정성향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통령 개혁진영을 대표한 李실장에게 무게가 쏠려 있다.

다만 관료사회의 견제 및 그에 따른 마찰로 실무에 밝지 않은 李실장의 힘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YS 정부의 박재윤 경제수석, DJ 정부의 김태동 경제수석이 그런 경우였다.

경제보좌관에 내정된 조윤제 서강대 교수의 역할도 변수다. 경제보좌관은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면서 경제 가정교사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盧대통령 주변의 학자들과 달리 趙교수는 조세연구원 부원장과 경제부총리 자문관을 역임하는 등 제도권의 주류그룹에 속했기 때문에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과천 관가에서는 시장옹호론자인 趙교수에게 강경한 개혁을 현실에 맞는 개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고현곤.이상렬 기자

<바로잡습니다>

◇2월 26일자 E1면 '경제 부처 간부 명단' 표에서 국세청 전형수(감사관).김창남(금융연구원 파견.이상 행시 16회)씨가 누락됐습니다. 또 최철용 광주청 조사2국장은 최철웅의 오기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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