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바이 코리아’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40호 20면

외국인 순매수가 최근 주가 상승의 핵심 동력이란 걸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주식을 더 사들일지 아는 사람도 없다. 외국인에게 시장이 개방된 1992년 이후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일 때마다 얼마나 살지, 언제까지 살지를 놓고 예측이 난무했지만 제대로 된 예측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건 결국 외국인 매수에 관해서는 어떤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증시 고수에게 듣는다

그래도 최근 장세를 이야기하려면 외국인 매수 요인을 빼놓을 수가 없다. 국내 경기가 1분기를 바닥으로 치면서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든지, 한국 시장이 저평가 상태라는 여러 이유를 붙일 수 있지만 이 부분들이 지금 시장에서 외국인 매수 요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순매수 치솟으며 주가 올려
그래서 이렇게 접근해 보자. 외국인들의 시장 영향력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최근 하루 거래대금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까지 올라갔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사기 시작한 7월에 이 비중은 2.7%에 지나지 않았다. 8월에도 2.4%로 변화가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8월에 외국인이 매도한 날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매수한 날만 계산하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로 올라간다는 정도다. 8월 말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29일 비중이 9%대로 올라가더니 9월 들어서는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전체 거래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12%를 넘는 상황에서 주가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외국인 매수세 점점 약해질 것
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의 결정적인 약점은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자금 유입이 정체되거나 줄어들 경우 주가 상승의 탄력이 약해져버리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외국인 순매수가 하루 거래 대금 중 12% 이상을 차지한 날은 51일밖에 되지 않는다. 전체 거래일수 중 1.5%로 아주 드문 경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외국인 매수의 영향력이 점점 낮아질 거라 보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다른 경우가 있을 순 있다. 지금보다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액의 외국인 매수가 꾸준히 들어오는 경우다. 그러면 상승 속도가 지금보다 현저히 떨어지긴 하지만 효과가 누적되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외국인이 단기에 매수를 집중시켰을 때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0년 이후 두 번의 의미 있는 사례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00년 1월부터 4월 초까지 3개월간으로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1.8%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지금 정도의 매수 강도로 보면 된다. 당시 시장은 주가가 2000년 초에 고점을 기록한 데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가 겹치면서 매수 기간 동안 18% 정도 하락했다.

두 번째는 2003년 10월에서 2004년 2월까지 5개월 동안이다. 외국인이 시가총액의 4.6%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는데 지금으로 환산하면 5개월 동안 54조원에 해당하는 매수를 한 셈이다. 이때는 주가가 27.8% 상승했다. 2003년에는 시장 환경이 좋았다. 종합주가지수가 2003년 3월을 바닥으로 대세 상승을 시작했고, 우리 경제에서 중국 특수가 본격화되던 때였다. 두 사례를 보면 수급에 의한 상승은 경제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 수 있다. 만일 지금이 2003년처럼 획기적인 환경 개선의 시작점이라면 외국인 매수는 대세 상승을 겨냥한 사전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내성 강해져야
그럼 지금 시장 환경은 어떨까?

주가가 더 오르려면 경제가 더 나아지고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선진국 시장의 내성이 강해져야 한다.

국내 경제가 바닥을 친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회복세가 과거처럼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여기에 현 주가는 경기 회복 폭에 비해 높은 상태다.

선진국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미지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성명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6월과 최근 발언을 비교해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큰 그림이 정해진 상태에서 부작용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형태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이런 시도는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6월에 주가가 하락하자 연준이 나서서 발언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고 이후 주가가 상승해 완급 조절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장 주변에도 많은 변수가 대기하고 있다. 신흥국 외환 위기설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시리아 사태,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과 독일 총선과 같이 때에 따라 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인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시장은 앞으로 외국인 매수라는 수급 요인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현재 주가를 넘을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좋아질지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2050의 고점을 넘어 박스권을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힘을 더 비축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