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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붉은 속임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자카르타 22일 AFP 합동】인도네시아 외무성은 22일 자카르타 주재 북괴 대리대사 최춘기를 초치 하고 북괴 외교관들이 1명의 한국 실업인을 납치하려고 기도했다는 보도에 해명을 요구했다. 「인도네시아」외무성은 「자카르타」 주재 한국 총영사의 한 서한을 받은데 이어 이와 같은 조처를 취했는데 서한은 북괴 외교관들이 고추를 사기 위해 지난 10월 7일 「자카르타」에 온 신위식 농협 무역 부장을 납치하려고 기도했다고 비난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처해주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신위식씨 납치 기도와 탈출 경위>
이곳의 한 한국 소식통도 AFP 기자에게 이번 납치기도 사건은 최근 몇 달 동안 「자카르타 서 일어난 세번째 사건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합작 투자와 관련,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한국 실업인들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것이기 때문에 이곳 한국인들은 이와 같은 사건에 각별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최초의 납치 사건은 5개월 전 「카르피카플라자·호텔」에서 일어났으며 두번째 사건은 약 4개월전 「프라판자·호텔」에서 일어났다고 말했다.
전에도 북괴 대사관에서 온 2명이 한국 실업인들에게 그들과 같이 저녁 늦게 식사를 같이하도록 설득하려고 했으나 한국 실업인들은 의심을 품게되어 이러한 제의를 거부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한국 현지 기관 소식통은 신씨를 납치하려던 북괴 측 기도에 대한 그들의 비난을 더욱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신씨가 머무르고 있는 「라마야나·호텔」의 종업원이 착오로 신씨에게 북괴 대사관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전화를 받은 북괴 대사관원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 신씨는 당연히 한국 대사관으로 자기를 안내해 가는 것으로 알았다.
그들과의 담화가 시작되었을 때 신씨는 영어를 썼는데 대사관원은 『우리 한국말로 합시다』라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조선말이라 하고 남한에서는 한국말이라고 하는 것을 생각할 때 그들이 한국말이라고 말한 것은 자신들이 남한계라는 것으로 신씨에게 인상 지어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신씨는 찾아온 사람의 가정에서 저녁을 같이 하자는데 동의했다.
두 사람이 신씨를 찾아 왔는데 하나는 늙수그레했고 한 사람은 좀더 젊어 보였다. 그들은 신씨를 까만 「메르세데스」 승용차에 태워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차 속에서 젊은 쪽이 신씨에게 혹시 본국의 군부나 외무부에 고위 관리의 친척이 있는가를 물었다.
신씨는 복통이 일어났다고 말하면서 차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운전사는 신씨에게 그의 목적지에 도착하면 화장실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의했다. 이때 나이 먹은 사람은 잠자코 있었다.
차가 멈추었을 때 신씨는 그가 북괴 대사관 구내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자기를 맞으러 그곳에 나오리라 예상했던 한국인 주부들 대신에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 억센 3명의 남자를 보았다.
신씨는 피곤한 체 하면서 차 문을 열고는 곧 문으로 재빨리 뛰어갔다. 그러자 젊은 운전사는 그를 붙잡았다.
그러나 신씨는 학교 시절에 익힌 유도 솜씨를 발휘, 「코트」의 단추 3개가 떨어졌으나 그에게서 빠져 나와 거리를 가로질러 차도로 도망쳤다.
그는 북괴 대사관 건물에서 약 2백m 떨어진 곳의 조그마한 「호텔」에서 「인도네시아」인 두명을 만나 숨도 못 쉰 채 이들에게 구원을 청했다.
그들 중 아무도 영어를 몰라 신씨는 일본어로 말했다. 그중 일본어를 아는 한 「인도네시아인」이 그를 도와주어 경찰에 전화를 걸었으며. 나중에 경찰이 와 순찰차에 그를 태워갔다.
신씨는 지난 18일 대만으로 떠났다. 「인도네시아」 외무성의 한 관리는 22일 북괴 대리대사 최춘기가 외무성에 신씨의 항의에 대한 그의 견해를 밝혔다고 말했다.
한 정통한 소식통은 북괴 대사관이 사실이야 어떻든 간에 신분을 잘못 파악했다고 주장 할 수 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외무성이 북괴 대사관에 어떤 제재를 취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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