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서 동면하는 암 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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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수년동안 암의 요인에 대해 연구해온 뉴요크 시의 「슬론·케더링」암 연구소 과학자들은 암의 요인은 우리들 신체의 모든 세포 내에 동면 상태로 숨겨져 있으며 유전 인자처럼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된다는 새로운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로버트·휴브너」 박사와 동료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에 따르면 우리 체내 세포 안에는 암의 인자가 있어 이 암 인자가 노출되면 그 결과로서 암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일단 암이 발생되면 암 조직 세포는 급속히 새로운 세포들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모든 세포의 세포 핵 안에는 유전 인자라고 불리는 극히 미세한 조직체로 된 염색체가 있는데 이 유전 인자들이 실제에 있어서는 사람 전체를 형성하는 화학적 청사진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세포가 팔이라든가 다리가 된다면 이 세포 내에 있던 귀라든가 코를 만들기 위한 나머지 유전 인자들은 무용지물이 되거나 심지어는 팔이 되려는 세포에 대해 해로운 존재가 되기도 하면서 억압되거나 단절 상태에 놓이게 된다.
흡연이라든가 방사능 따위의 화학적인 자극물이 이처럼 억압되거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유전 인자들의 억압 상태를 풀어줌으로써 마침내 이들이 억제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서 종양을 만들게 되고 또 이것이 암으로 변한다고 이들 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휴브너」 박사는 암 발생의 주 요인이 되는 것은 하나의 「바이러스」 또는 「리보」 핵산 (RNA) 의 C형 「바이러스」로 알려진 「바이러스」군으로 보고 있는데 이 조그만 「바이러스」는 「RNA」 안에 단 한 줄로 늘어져 있으며 세포 내의 유전 인자 속에 들어 있는 「DNA」와 섞여 있기 때문에 구별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세포가 분열하고 또 재 분열 할 때 함께 따라 다닌다고 한다.
「휴브너」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C형 「바이러스」는 「바이러스」성 유전자로 불리는 세포의 일부로 인간 형성 초기 단계에 있어서 중요하고도 필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즉 이 「바이러스」성 유전 인자는 태아의 초기 성장 과정에서 태아로 하여금 급속히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바이러스」성 유전자의 역할도 태아가 일단 모체 밖으로 출생되면 그 이상 기능을 발휘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 정상인데 만약 이 「바이러스」성 유전자가 우연히 인생의 후반기에서 종양성 유전자로 변형하는 상태가 발생하면 이때 또 다시 세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됨으로써 종양을 유발케 되는 것이다. 【동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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