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유엔」의 외교 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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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엔」본부와 백악관과 각국 수뇌를 잇는 세계의 외교계에 미묘한 한류가 흐르고 있다. 「탐탁찮은 손님을 교묘하게 따버리는」백악관의 수법(?)과 『나도 자존심이 있지, 오라해도 안간다』는 「유엔」쪽의 오기가 맞서 만만찮은 구설수로 번지고 있다.
사연인 즉 오는 24일 「유엔」이 창설 25주년 기념일에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각국 수뇌들을 초대하여 성대한 만찬회를 베풀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왜 24일이냐 하는 점과 초대장을 발급한 「시기」가 『아주 못마땅하다』는 이야기다.
그도 그럴 것이 24일에 「우·탄튼」사무총장은 「로스앤젤레스」교향악단의 「유엔」 창설 기념공연 도중 막간을 이용해 연설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백악관 당국도 그걸 모를리가 없다.
그걸 빤히 알면서도 하필 그날을 「파티」일자로 정한 것은 분명히 「고의에 의한」 사절이 아니냐는 것. 화가 난 「우·탄트」총장이 백악관의 초대를 거절할 기미를 보이자 이번엔 「에드바르트·함브로」총회 의장도 불참하리란 소문이 나돌았다. 「유엔」의 미국대표단은 「함브로」의장도 분명히 초대되었다고 말했지만 10월 8일 현재까지도 초대장이 도착하지 않아 『사람을 놀리는 거냐』는 불쾌감이 사무국에 감돌았다.
「케네드·카운다」 「잼비아」대통령도 「닉슨」면담을 요청했더니 『19일 상오 9시에 만나자』는 전갈을 받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날 그 시각에 「카운다」대통령은 총회에서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한대 맞은 「카운다」 대통령은 『아마 그 양반이 우리같이 추한 얼굴은 쳐다보기가 싫어서 그러나보다』 고일 침을 놓았다.
그럼 도대체 「백악관」에선 무엇 때문에 각국 인사를 이처럼 점잖게(?) 골탕 먹이려하는 걸까? 외교가 참새들은 『「닉슨」대통령이 각국 수뇌들의 개별면담 요청을 미리 막고 일의 집단면담으로 메워버리려 한다』는 추리들을 펴내지만, 실상은 『월남전이 어떻고 어떻다』 느니 『남아의 흑인 탄압이 어떻다』느니 하는 반갑잖은 불청객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한게 아니냐는 공론이다. 하여간 백악관의 석연찮은 태도에 「유엔·데이」잔치는 잡쳤다는 게 사무국의 불평.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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