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한국서 구심 찾는 세계의 불심|대승불교와 소승불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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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세계불교지도자대회가 세계불교 일체화를 내세우고 지난 10일부터 사흘동안 서울에서 열렸었다.
14개 나라의 1백21명의 대표들은 세계적으로 불교가 한 덩어리가 되는 길, 세계평화와 인류 행복을 위한 불교이념의 적용 등 두 가지 의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 세계불교 일체화를 위해 세계불교연합을 창설하고 이를 서울에 상설하기로 결정했다.
부처님이 나신지 2천5백년이 지나고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한지 1천7백여년이 지나서 이 땅에서 맞은 가장 큰 불사라 하겠다.
이 대회를 계기로 세계불교가 하나로 합치는 기틀이 마련되었고 북방의 대승불교와 남방의 소승불교가 연결되는 바탕이 이룩되었고 불교의 서구로의 전파세력이 결집된 것이다.

<석가생존시엔 대·소승 없어>
이번 대회에 참석한 말레이지아의 담마난다는 일찍이 불교종파 사이에는 비록 차이가 있어 나뉘어지기는 했지만 유혈의 싸움은 없었다고 했다.
비록 소승·대승의 구분이 있으나 협조의 기풍은 불교의 기본정신인 것이다. 사실 부처님께서 불법을 말씀하신 시절에는 대승과 소승의 구별이 없었다. 후세의 사람들이 『여러 사람을 위할 때 대승이라 하고 한 사람을 위할 때 소승』이라고 현실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소승은 자기 개인의 안심입명을 위한 것이라면 대승은 전체·대중을 대상으로 불법을 펴 나가는 것이다.
부처가 돌아가시고 1백년이 되었을 때 제자들이 상좌부와 대중부로 갈라졌고 교리도 또한 분화했다. 상좌부는 고식적이고 권위주의적인데 좌표를 두고 대중부는 개방적이고 대중적인데 좌표를 두었었다. 이것이 소승과 대승이 되고 경전에도, 계를 지킴에도 구분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대승·소승은 대승쪽에서 나누어 부르는 것일 뿐 소승에선 대승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소승은 형식적이며 행동적인데 좌표를 갖고 결과만 묻고 동기를 묻지 않는데 대해 대승은 동기론으로서 정신적이고 이념적인데 가깝다.

<한·중·일은 대승 불교지역>
수행목표에 있어서도 소승은 아라한과를 증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대승은 자기해탈에 앞서 인류의 절대적 복지운동·평화운동 등으로 전체의 행복을 그 시초부터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그 분포지역별 사회풍토를 보면 소승은 남방에, 대승은 북방에 퍼져있는데 한 중 일은 대승불교 지역에 속한다.
더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실론 버마 태국 캄보디아 싱가포르가 소승불교의 나라들이고 대승불교는 한 중 일 외에 홍콩 몽고 티베트가 포함된다. 그 밖의 월남과 말레이지아는 그 중간적 성격을 띠고 있다.
소승에선 율의의 질서가 짜여 있고 승과 비승가의 구분이 엄격하며 일반적으로 사상·논리의 전개가 폐쇄적이다. 그러나 대승은 율의 질서, 승·비승의 구분이 엄격하지 않은 대신 사회와 밀접한 연결을 갖고, 토착화하는 과정에서 변질된 요소마저 보인다.
소승국을 보면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봉건적이고 고식성을 탈피 못한 현실이고 대승국은 불교가 정치·경제·문화와 밀착해서 전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불교관계 세계기구는 소승국가에 국한해 있었는데, 그들의 사고방식이 봉건적이고 쇄국적인 때문에 발전도 못하고 제 구실도 못했던 것이다.

<대승국서 평화운동 주도>
이번에 우리나라에 세계불교연합기구를 만든 것은 대승국가들에서는 처음인 만큼 세계평화와 인류의 자유를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승의 태도는 시종일관하여 전체성을 대상으로 지표 돼 있기 때문에 세계평화와 자유운동을 떠맡는 것이 대승쪽이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불교를 얘기한다면 대승만도 소승만도 아니다. 그것은 대·소승을 합한 것이라 하겠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불교는 세계의 어느 종파 불교와도 통할 수 있는 유일한 불교인 것이다.
외국의 불교들은 소승과 대승을 막론하고 서로 편벽된 부분에 구애되어 있지만 한국불교는 이름은 조계종이지만 실제 그 내용은 종합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어느 종파불교와도 직통할 수 있다는 이러한 이유 아래서 이번에 세계불교지도자대회가 한국에서 열렸으며, 세계불교연합기구의 주동이 한국불교여야 한다는 것도 이런 한국불교의 위치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이능가 세계불교연합 사무총장·범어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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