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3)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딸 셋 치우면 대문을 열고 신다』 는 말이 있다.
가산을 축낼 정도로 예부터 「혼수」는 자신의 생활수준보다는 좀 벅찬 것이었다. 양가의 체면과 전통적인 관습에 따라 또 결혼식을 통해 은근히 자기 집을 과시하려는 경향 등. 정말 결혼에 필요한 물건보다는 겉치레가 많았기 때문이다.
생활 간소화의 구호가 첫째로 결혼식에 울린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겉치레 적인 혼수마련은 여전히 일반화되고있다. 그 한 예로 우선 가구를 들 수 있다. 돈이 좀 있다는 집 딸이면 으레 고급 티크나 자개옷장을 갖고 가는 것으로 돼있다.
결혼해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생활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함이 없이 「자기 집 수준」을 상징하는 것으로만 정신을 쓰는 것은 곧 「보이기 위한 것」 뿐이다.
이리하여 비록 돈이 넉넉지 못하더라도 남의 눈을 위해 옷장과 화장대는 꼭 마련해야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것도 웬만하면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갓 결혼한 많은 가정에서 이 가구의 겉치레가 엄청난 낭비였다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에 들 경우 옷장이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살집을 살펴본 후 어떤 가구가 필요한가를 정해야한다』는 의견들이다.
보통 7자 짜리 옷장은 5만원이상을 줘야한다. 그러나 막상 쓰려고 보면 옷도 몇 벌 걸지 못하고 자리만 많이 차지한다.
옷장을 사는 돈으로 오히려 붙박이장을 만들어보거나 반침을 개조해보는 등 집의 구조에 맞추어 실용적인 준비를 하도록 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찬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직 그릇도 많지 않은 새살림에 덩그라니 고급 찬장을 놓기보다는 2,3만원 그 돈으로 새살림에 필요한 물건을 장만하는 것이 현명하다.
살림도구는 대개 결혼식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관습에 따른다면 여자 쪽에선 반상기와 세숫대야. 자봉틀 그 외에 칼이나 가위 등을 제외한 자잘한 것들을 꼽을 수 있다. 「신혼 초에 술잔이 없어 밥공기에 술을 따랐다」는 예의 가정들을 흔히 본다.
무엇이건 다 새로 사야하는 신접살림을 위해선 남녀양쪽에서 미리 여기에 대한 예산을 짜두는 것이 좋다. 결혼식 때의 선물 들어오는 것도 생각해야하고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등 현실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겉치레를 줄이는 대신 빈틈없는 살림도구의 마련은 앞으로 바람직한 혼수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 쪽이 주는 결혼반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만하다. 이미 사회풍자의 대상으로 된 다이어먼드 반지는 최저로 3부 짜리가 10만원을 홋가한다. 다이어를 제외한 다른 보석반지는 보통 2∼3만원이면 괜찮은 것이 많다.
다이어 반지를 안 하는 대신 냉장고를 마련했다는 가정도 있다. 결혼반지는 결혼이 주는 의미를 기념할 수 있는 것, 꼭 값비싼 다이어 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값비싼 것이면 뒤에 팔아버릴 가능성마저 있어 결혼반지의 구실을 잃기 쉽다는 의견을 갖고있는 사람도 많다.
가구와 반지다음으로 돈이 많이 가는 것이 보통 여사 쪽에서 마련하는 이부자리다.
동대문시장의 한 솜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혼수용이면 대개 10통 이상을 사간다고 한다. 한 통에 1천2백원. 10통이면 겨울 이불 4채를 꾸민다. 수를 놓은 껍데기 등 값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줄잡아 5만원은 넘어야한다는 계산이다.
『가짓수를 줄여야한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재래식을 쫓아 두껍고 큰 것들은 필요 없다. 난방의 정도에 맞추어 세탁이 편한 것 등 한 계절에 1채씩 모두 3채 정도로, 그리고 담요나 곁들이면 족할 것이다.
이불과 함께 옛날에는 옷 혼수가 상당했으나 요즘 가장 간소화된 부분이 옷 준비다. 치마 저고리를 수십 벌 해서 온 동네에 전시했던 풍습은 차차 사라지고 극히 형식적으로 한두 벌 마련하고 그 대신 양장을 준비하는 쪽으로 현실화되었다.
신랑 쪽에서 신부에게 보내는 함 속에도 양장옷감을. 넣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좋은 경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