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두살 때부터 기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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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연구팀은 2살경 아이가 몇 달 전 봤던 임무를 반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요일(현지시간) 영국 '네이처'지에 발표된 이 연구는 1살 때는 없지만 2살이 되면 기억력이 생긴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기억력이 발달하는 과정을 해명하는데 한층 다가섰다. 그러나 이 연구는 대다수 성인들이 3, 4살 혹은 5살까지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9, 17, 24개월짜리 아이 12명을 연구한 코너 리스톤 연구원은 "우리는 아이가 2살 중반일 때부터 영원히 기억에 남는 이미지가 생기기 시작하는 4, 5살이 될 때까지의 사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2~5세 사이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한 일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데, 이는 일종의 중간 시기로 과학자들은 이를 '초년 기억 상실(infantile amnesia)'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요인들이 장기 기억력의 발달을 촉진한다고 믿고 있다. 여기에는 뇌 발달에 따른 신체 구조를 비롯한 수많은 요인들이 존재한다. 언어 능력, 사회화, 환경 및 자아 인식 등이 이런 요인들에 속한다.

나이를 불문하고, 기억이라는 것은 종종 수 년간 들으면서 윤색된 이야기들과 연관되기 때문에 수많은 의문들이 풀리지 않은 채 남아있다. '3살 때 할머니댁에서 조랑말을 탔던 것을 진짜로 기억할 수 있을까?' 또는 '그가 기억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들은 단지 그가 그 얘기를 많이 듣고, 그 그림을 많이 봤기 때문인가?'하는 의문들이 대표적인 예다.

여전히 수많은 의문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경과학자들은 자녀에게 충분한 자극을 주라고 부모에게 조언한다. 말하기와 읽기, 놀이 등이 모두 유아가 되도록 빨리 훌륭한 기억력을 갖게 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 어떻게 진행됐나

하버드 대학생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한 리스톤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기억력을 연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서 리스톤은 엄마의 무릎에 편하게 앉아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만든 간단한 3단계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관찰, 분석했다.

여기서 3단계 임무에는 장난감 덤프 트럭에 돌 싣고 운전사 앉힌 뒤 차 움직이기, 튜브 안에 공을 넣고 뚜껑을 닫은 뒤 소리나게 흔들기, 휴지로 엎질러진 것 닦은 뒤 쓰레기 통에 버리기 등이 포함돼 있었다.

리스톤은 9개월된 유아와 17, 24개월된 유아에게 이 임무를 각각 7차례, 4차례 반복하도록 했다. 시범을 보이는 동안 그는 '덜걱덜걱(make a rattle)', '청소시간(clean up time)' 등의 간단한 문구를 반복했다. 이후 아이들은 똑같은 임무를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실험은 아이들이 이 과정에 흥미를 잃을 때까지 각각 약 45분 정도 계속됐다.

4개월 후, 리스톤은 다시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전에 아이들이 실험할 때 썼던 물건들을 펼쳐 놓았다. 그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덜걱덜걱' 등의 구두 지시를 내렸지만 다시 시범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는 21~28개월이 된 최고 연령대 아이들이 전과 마찬가지로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 연령대 아이들의 90% 이상이 적어도 몇 달 전 했던 임무 중 하나 이상을 해냈다.

그러나 리스톤이 다시 방문했을 때 13개월이 된 최저 연령대 유아들은 그 물건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일 연령대 아이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들에게는 아직 임무를 기억하고 반복하는 능력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이번 연구로 9~17개월경이되면 뇌의 기타 여러 부분과 뇌의 또 다른 부분인 해마에 연결되는 전전두피질의 신경세포가 완벽하게 제기능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진들은 이번 결과가 '기억력 향상은 전적으로 경험에서 기인한다'는 초기의 가정을 뒤집고 2살을 전후해 기억력 향상을 가져오는 신경 생물학적 성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Marsha Walton (CNN) / 이정애 (JO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