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싸움 금지' 중간 선거 쟁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오클라호마에서는 '닭싸움'이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기획- 미 중간선거


올해 11월, 결정될 202개의 주 전체 투표 의안 가운데에는 오클라호마의 닭싸움을 불법화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법안이 포함돼 있다.

닭싸움 금지 법안을 지지하는 이들은 닭들에게 매우 날카로운 칼날을 달고 싸우게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클라호마 닭싸움 반대 연합'의 자넷 할리버튼은 "인간의 잔인성이 문제다. 도박이나 인간의 유흥을 위한 목적으로 군중 앞에서 닭을 난도질해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닭싸움 옹호론자들은 링 안에서 두 마리 닭이 겨루는 유혈 스포츠일뿐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선택의 자유를 옹호하는 오클라호마 사람들'의 데빈 스미스는 "나는 솔직히 이런 시합을 즐긴다. 닭싸움은 시합이다. 시합이라는 것이 인간에게나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닭을 기르고, 내 닭이 튼튼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게 좋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 품종 중 최상의 닭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유권자들이 '주 의안 687'을 통과시킬 경우, 닭싸움판을 열거나 닭싸움을 목적으로 닭을 기르거나 장비를 소유하는 것은 중죄가 된다.

이 의안에 따르면 알면서도 닭싸움을 관전한 사람에게도 경범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현재 루이지애나와 뉴 멕시코에서는 합법적으로 투계가 이뤄지고 있다. 이들 주에서도 투계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주의회에서 좌절됐다. 오클라호마주의 경우, 이 결정을 유권자들의 직접 결정에 맡길 예정이다.

'오클라호마 닭싸움 반대 연합'은 싸움닭의 다리에 상대 닭을 베기 위한 날카로운 칼날이 묶여 있다고 TV 광고를 통해 주장하고 있다.
오클라호마주에서는 1960년대, 한 판사가 닭은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학대법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부터 닭싸움이 합법화돼 왔다.

그 이후 동물 보호 운동가들은 줄곧 닭 보호를 주장해왔다.

할리버튼은 "닭싸움꾼들은 자신의 자녀들도 닭싸움판에 데려간다. 따라서 아이들은 도박을 목적으로 닭들이 난도질당해 죽어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동물을 난도질해 죽임으로써 즐거움을 얻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렇게 되면 어린 아이들은 고통과 괴로움에 둔감해진다. 이런 둔감화 현상은 정도는 달라도 인간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오클라호마에서는 대부분의 수탉들이 싸움 도중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내와 아이를 둔 라디오 광고 세일즈맨으로 쌈닭을 길러 닭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닭들에게 작은 가죽 권투 장갑을 달아준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자신의 쌈닭 두 마리를 함께 놓고 이들이 대결하는 것을 본 후 "보다시피 한 마리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 주 의안 687대로라면 당신은 11가지 중죄와 2가지의 경범죄를 지은 것이고, 나는 16가지 중죄와 2가지 경범죄를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데빈 스미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닭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수탉들이 싸움 도중 부상을 입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닭에게 권투 장갑(작은 사진)을 달아 줬다.
주 의안 687에 대한 논쟁은 방송으로까지 번져, 찬반 양측 모두 유권자들에게 자신들이 옳다고 납득시키기 위한 TV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조차도 편이 갈리고 있다. 주지사로 출마한 민주당의 브래드 헨리 주 상원의원과 무소속의 개리 리차드슨은 닭싸움 금지안에 반대를 표명했다. 데이비드 월터스 전 주시사는 닭싸움 폐지가 가난한 농촌 지역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들과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닭싸움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 중 일부는 지독하게 가난하다. 우리가 당신들의 생계수단을 빼앗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사람들이 닭싸움을 좋아해 주 경제에 1억 달러를 쏟아 넣는 농촌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이 점에 동의했다.

공화당의 주지사 후보 스티브 라젠트와 이번에 퇴임하는 프랭크 키팅 주지사는 닭싸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할리버튼은 닭싸움을 오클라호마의 문제꺼리라며, 닭싸움이라는 유혈스프츠를 통해 지하 도박 세계와 범죄자들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닭들이 달고 있는 이 칼은 상대 닭을 난도질하고 눈알을 후벼내는가 하면 폐에 구멍을 내고 중요한 동맥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결국 피가 쏟아져 나오면서 닭은 피가 빠져나가 링 안에서 죽게 된다. 어느 쪽이든 난도질당해 죽는 쪽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 몇 년간 닭싸움 금지 캠페인을 벌여왔으며, 현재는 승리를 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주 의안 687이 다른 주에서 온 자유주의자들이 자신의 자유를 빼앗고, 오클라호마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과장해서 만든 첫번째 조처라고 여기고 있다.

"동물 보호 운동가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가? 그들은 우리의 아이들이 먹는 해피 밀(역자 주: 맥도널드에서 판매하는 패스트푸드) 앞에 도살된 동물 사진을 갖다 놓는다. 그리곤 연구소에가서 에이즈, 치매, 암 연구를 한다고 쥐들을 죽여없앤다. 이게 바로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캘리포니아의 극단주의자들이 닭싸움에 이어 낚시와 사냥, 로데오 등을 금지시키려고 할 것이라며 스포츠맨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TV광고는 그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스미스는 "실제로 동물 보호 운동가들에 대한 지지는 캘리포니아의 진흙사태처럼 사라지고 있다"라고 얘기했다.

OKLAHOMA CITY (CNN) / 이정애 (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