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관급공사 수주' 90억 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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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형 건설회사들이 공기업과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대형 관급공사를 따내기 위해 브로커를 통해 거액의 로비 자금을 살포한 혐의를 잡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20일 공사를 따주겠다며 건설회사들로부터 90억원대의 로비 자금을 받아 한국수자원공사 등 발주처에 살포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W개발 이기흥(51)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이 회사 자금 담당 직원 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관급공사 수주를 도와 주겠다며 대형 건설업체와 중소 하청업체에서 받은 돈 가운데 수십억원을 공기업 관계자들에게 뿌린 혐의를 포착,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한탄강댐 건설공사 수주와 관련해 현대건설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수자원공사 고석구(57)사장에 대한 보강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공기업과 건설업체 사이에 브로커가 개입된 단서를 잡았다. 고 사장과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현대건설 등에서 47억원을 받아 로비한 혐의(제3자 뇌물죄)로 이달 초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영장이 기각됐으며 그뒤 잠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 2~3명이 발주처와 건설업체를 오가며 브로커 역할을 했다"며 "이들은 발주처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대형 건설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뒤 건설업체에서 하도급 업체 선정권 등을 넘겨받는 등 이권을 챙겼다"고 말했다.

검찰은 관급공사가 이들 브로커에 의해 특정 업체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D.T사 등 두세 개 대기업과 하청업체 5~6개가 로비 자금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브로커를 통해 공사를 따낸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브로커를 통한 우회적인 방법과 함께 공기업 임직원과 정치인을 상대로 직접 로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현대건설 하도급 업체로 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한 K사.S사의 대표를 구속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2001~2004년 댐 배수관문 제조회사인 K사에서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수자원공사 고석구 사장을 추가 기소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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