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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대통령' 바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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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9대 IOC 위원장에 뽑힌 토마스 바흐. [로이터=뉴스1]

독일 출신 토마스 바흐(59)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장으로 등극했다. IOC는 1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총회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바흐를 제9대 IOC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바흐 위원장은 곧 스위스 로잔 소재 IOC 위원장 집무실인 ‘비디 성(城)’(Chateau de Vidy)의 새 성주로 입성한다.

 임기는 8년이며, 재선을 거쳐 4년 더 중임할 수 있다. 최대 2025년까지 국제 스포츠계의 바흐 시대가 열린 셈이다. 전 세계 205개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를 대표하는 ‘세계 스포츠계 대통령’이 된 그는 올림픽 개최지 결정, 올림픽 공식 스폰서 선정, TV 중계권료 협상 등을 주도한다.

 독일올림픽위원회(DOSB) 위원장인 바흐는 재력·인맥·실무능력을 두루 갖췄다. IOC 부위원장을 두 번(2000~2004년, 2006~2013년) 역임했고 IOC 징계위원회·법사위원회 등 요직에서 경험을 쌓았다. 영어·프랑스어에 능통한 데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펜싱 플뢰레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로 엘리트 선수 경력까지 갖춰 ‘준비된 위원장’으로 통했다. 바흐 자신도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국제 스포츠계의 막후 실력자로 통하는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흐마드 알 파하드 알사바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 회장이 공공연히 바흐를 지지하고 나섰다.

 ◆3차 투표 끝에 당선=위원장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했고, 3차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며 대권을 잡았다. 카리스마가 강한 만큼 적도 많았다는 뜻이다. 후보 중 한 명인 데니스 오스왈드(66·스위스) 위원은 9일 라디오에서 “독일 정계에서 바흐를 뽑으라는 부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며 공격했다. IOC의 화합은 바흐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다.

 IOC 역사상 가장 많은 후보인 6명이 난립한 이번 선거는 바흐 위원장과 아시아계 후보 응세르미앙(64·싱가포르) 부위원장, 중남미계 리처드 캐리언(61·푸에르토리코)의 3파전이었다. 아시아 출신으로 도전장을 건넨 응 부위원장은 IOC의 전통적 유럽 강세를 꺾지 못했다. 바흐를 포함한 9명의 IOC 위원장 중 미국계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유럽 출신이다.

  ◆바흐 시대, 새바람 불까=바흐는 선거전에서 “올림픽 종목을 28개로 묶어 둘 이유가 없다”며 종목 수를 늘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종목 수는 유지해도 세부 종목에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올림픽 유치전에서 후보 도시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효율성을 추구하며 ▶IOC 총회에서 적극적 토론을 하는 민주적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금지약물 복용(도핑)·승부 조작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자크 로게 전 위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평창의 적수에서 IOC 위원장으로=바흐 위원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전에선 평창의 호적수였던 독일 뮌헨의 유치전을 이끌었다. 한때는 적수였으나 이젠 2018년 겨울올림픽에서 IOC를 대표할 인물이 됐다. 2018년 2월 9일로 예정된 개막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환영사를 전할 인물도 바흐 위원장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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