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음효과…강영희플륫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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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에서 수업 중 잠시 귀국한 플루티스트 강영희양의 리사이틀이 27일 밤 국립극장에서 열렸다. 바로크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루게 취해진 레퍼터리에서 학구적이고 알뜰한 음악도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던 것과 같이 연주에서도 시종 아카데미 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가지 음색을 오래 듣기란 지루한 것이지만 실상 소리의 흐름을 따라 심취할 수 있었던 것은 다채로운 음효과와 유창한 주법이 좋은 콘트라스트를 이룬데 있다.
텔레만곡으로는 그의 의도가 선명하게 표현되지 못했지만 바흐에서는 플루티스트로서의 새로운 제언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랑팔이나 바르바세의 음형과는 달리 타원에 가까웠는데 그 까닭은 약간 샌소리에 있었다.
미숙한듯 하면서도 그리패스의 『시』를 색다른 방법으로 설명한다든가, 두틸로의 난곡을 의식적이나마 고도의 기술적인 주법으로 마스터하는 것을 보아도 그 의도는 타당성이 짙다.
특히 마르티누의 음악에서 그의 실력을 잴 수 있었다. 재즈혼이 유일한 소재로 인용된 까닭으로 매우 와일드한 율동과 묘사적인 리듬, 그리고 신코페션 등의 난삽한 표현술을 요구하는 이 작품을 감당한 기력은 감탄할만하다. 그리고 현대곡에서 피아니스트 박정윤씨의 공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스테이지·매너면에 자중하고 내면으로 깊은 문학성과 풍부한 음악성을 좀더 채워간다면 연극가로서의 좋은 조건들이 한층 빛을 낼 것 같다. [김무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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