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서 버스 굴러 14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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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강릉=임병돈기자】27일 하오 6시39분 평창군 대화면을 떠나 강릉으로 가던 동원 여객 소속 강원 영5-778호 직행 버스(운전사 박용균·31)가 해발 8백70m, 경사 l5도의 대관령 내리막 길(대관령 상봉에서 4백m 지점) 속칭 죽음의 굽이 커브길을 내려가다 핸들고장으로 높이 2백50m의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 운전사 등 14명이 그 자리서 죽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차체는 산산 조각났다.
사고 버스는 지난 26일 상오 7시 강릉을 떠나 서울로 가다 상오 10시쯤 평창군 대화면 대화리 앞길에서 맞은 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사고를 내면서 핸들 고장을 일으켰다.
이 사고로 운전사 박진우씨(32)가 평창 경찰서에 입건돼 승객들을 다른 버스에 옮겨 태워 보내고 운전사 박씨 대신 같은 회사 소속 강릉∼제천간 완행 버스 운전사였던 박용균씨를 시켜 26일 밤을 새워 고친 다음 이날 하오 4시30분쯤 회사 업무 과장 윤영구씨(30) 등 4명이 타고 강릉으로 되돌아가던 길이었다. 되돌아가던 이 버스는 평창군 진부면과 도암면 횡계리 등지에서 승객 21명을 태우고 대관령을 넘자 또 핸들고장을 일으켜 약간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4백m 지점에 이르러 너비 15m의 넓은 길을 지그재그로 달리 다 길옆에 쌓아둔 길 보수용 자갈 더미를 넘고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석축(높이 50cm 정도) 길이 11m를 부수면서 오른쪽으로 굴러 경사 80도의 낭떠러지에 20여 차례 부딪치면서 2백50m 아래 계곡에 처박힌 것이다.
경상을 입은 사고 버스 조수 전길표군(21)에 따르면 운전사 박씨가 대화면에서 술을 약간 마셔 운전을 제대로 못한데다 26일 밤을 새워 고친 핸들 등이 다시 고장이나 이 같은 사고를 빚었다는 것이다.
전군은 차가 석축을 부수고 거꾸로 곤두박질하는 순간 정신을 가다듬어 뒷 비상문을 열고 뛰어내리자마자 꽝! 하는 소리가 나 뒤돌아보니 버스는 까마득히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있었다는 것.
나무라곤 거의 없는 낭떠러지와 부딪치면서 굴러 떨어진 버스의 충격으로 크고 작은 바윗덩이 등도 함께 굴러 희생자 중에는 바위에 깔려 죽은 사람도 많았다.
이 사고는 이날 하오 8시쯤 대관령 레이다를 정비 중이던 육군 경비 중대 소속 김모 일병(22)이 처음으로 발견,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경찰은 곧 병력과 장비를 동원, 현장에 나가 밤새 구조 작업을 벌였으며 육군 경비대와 215 공병 50여명이 긴급 출동, 시체를 끌어올려 도립 강릉 병원에 안치하고 중상자들을 강릉 도립 병원 등에 분산 입원시켰다.
경찰 조사로는 사고 버스는 핸들고장에다 조향 장치까지 고장을 일으켰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원 여객 측에선 시체 1구당 보상금으로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제의해 왔는데 가족들은 이에 대해 심한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사망자 명단
▲윤영구 (30·사고 버스 회사 업무 과장) ▲권중윤 (18·강릉 농공고 3년) ▲이규영 (41·명주군 사천 우체국 차석) ▲이석춘 (40·강릉 기술 고교 서무 과장) ▲김남구 (31·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134) ▲이기열 (12·강릉시 노암동) ▲김복섭 (38·대관령 경비 중대 소속·상사) ▲박병욱 (19·강릉농공고 3년) ▲박용균 (31·운전사) ▲30세 가량 여자 ▲45세 가량 남자 ▲35세 가량 여자 ▲41세 가량 남자 ▲36세 가량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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