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천사는 억울하다-간호원 집단사표의 숨은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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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정규대학이나 간호학교(3년제)를 나온 우리 간호원들이 한 달에 1만2천여원의 봉급을 받고 있으니 나이팅게일의 베일 속에 무조건 인내만 할 수는 없습니다.』
대우개선과 수당인상을 내걸고 23일과 24일에 집단사표를 냈던 서울대의대부속병원 간호원 1백50여명과 국립의료원의 2백30명은 병원당국의 일시적인 약속에 속아 그간 몇 번씩이나 비현실적이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참아 왔다고 지적한다.
서울시 보건당국에 의하면 7월말 현대 서울시내 취업간호원(유자격)은 2천1백81명. 이는 8개 종합병원과 8개 시립병원, 9개 보건소를 포함하여 2천7백14개의 의료기관에 법정정원 5천1백9명에 훨씬 미달하는 숫자로 개인병원은 90%이상이 무자격간호원을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 간호협회 집계에 의하면 전국의 간호원면허소지가 1만3천여명 중에서 1천7백여명이 외국에 나가 있고 미취업자가 5천명으로 40%를 차지한다. 이렇게 간호원의 수가 모자라는 형편에서도 미취업상태로 있거나 외국으로 나가는 중요원인은 무엇보다 보수문제를 들 수 있다.
3년제 간호학교를 나오거나 외과대학 간호학과(4년)를 졸업한 유자격 간호원이 구·공립 병원에 들어가 공무원이 되었을 때 일률적으로 5급 을의 대우를 받는다. 거기에 간호직 수당이 2천원 밖에 되지 않아 모두 합해 월1만6천여원에서 각종세금을 떼고 나면 1만2, 3천원을 받는 셈이다.
그리하여 이번 간호원들의 요구조항의 하나는 이 대우를 한급 올려 4급부터 시작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국·공립은 사립병원과 비교해 볼 때 엄청난 차이가 난다.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간호원 초봉이 본봉 1만8천4백원에 수당2천원 간호직 수당 1천7백원, 적십자 병원은 본봉 1만8천2백원에 간호직 수당 1천8백원, 이대 부속병원은 본봉과 수당을 합해 2만1천6백원 등으로 모두 초봉이 2만원을 넘고 있다.
따라서 국·공립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원들은 다투어 사립 병원으로 나가려고 하고 또 사립병원에서도 충분한 대우를 못 받는 현실에서 월5백달러 이상을 보장받는 외국으로 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식사보조비로 나오는 부식비가 하루 23원85전으로 10년째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서울대의대 부속병원의 관비환자 식사비는 하루 2백10원, 일반환자는 3백60원인데 엄청난 푸대접을 받으며 일주일 내내 콩나물과 김치로 때우는 간호원들은 『인간이하의 대우』라고 격분하고 있다.
국·공립 병원에선 특진제를 설치, 특진 의사가 보는 환자에는 치료비 50%를 더 받아 담당직원들이 분배하고 있다. 그런데 이 특진비의 분배에서도 간호원에게 엄청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 국립의료원의 C간호원은 특진비 분배에 있어 70%를 특진의사에게 주고 나머지 30%로 사무직원·간호원·인턴·기사 등이 나누는데 그 중에서도 간호원에겐 1·5%정도, 수간호원엔 3%정도로 제일 낮게 준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위험수당이 한달에 3백50원, 시간외수당은 1시간 33원75전 등 외국은 물론 일반 사립병원과도 비할 바가 못되는 대우를 받고 있다.
서울대부속병원 간호원들은 간호직 수당을 월2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국립의료원 간호원들은 2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또 특진비도 최저 5천원, 시간외 수당은 1시간 3백원을 요구하고 있다.
『제도상의 불합리와 비현실적 보수에 대한 최저의 요구』라고 한 간호원은 말했다. 【윤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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