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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신민당의 대통령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유씨는 23일,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대통령후보 지명대회에서 당수로서 재 신임을 묻겠다고 밝히고 『당헌상 오는11월에 열리기로 된 정기전당대회를 앞당겨서 이를 9월 지명대회와 함께 열 수 있도록 당헌개정안을 내놓겠다』고 언명했다.
이에 대해 유씨의 대통령출마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동당 내 비주류세력은 유씨에 대한 후보지명을 저지키 위한 연립전선을 구성해 가지고 공동투쟁을 벌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리하여 앞으로 신민당은 대통령후보지명 및 당 지도체제개편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파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릇 일당의 당수가 그 당의 대통령후보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신민당의 유당수가 대통령후보로 나서겠다고 한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유씨는 후보출마의사의 표명은 조심스럽게 삼가왔었는데 그것이 자기 이외 다른 후보를 옹립하는 방향으로 당론이 집중되기 원했던 탓인지, 혹은 자신이 출마선언을 할 수 있는 조건의 성숙을 기다리기 위한 정략의 소치였었는지 우리로서는 전혀 아는바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유당수가 후보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공표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로 지명되기를 원하던 다른 인사들이 끝내 후보로 지명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굽히지 아니하고 있기 때문에, 신민당의 대통령후보지명은 투표에 의한 대결을 면할 수 없으리라는 것뿐이다.
전당의 추앙을 받을만한 특출한 지도자가 없어 후보를 단일화 할만한 정치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조건하에서는 정당의 대통령후보지명은 지명대회에서의 표결을 가지고 정하는 것 이외에 딴 도리가 없다. 거당적인 추앙으로 후보를 지명하는 것이 투표대결을 가지고 후보를 선출 지명하는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일임을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공개적인 투표대결을 가지고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리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신민당이 전당대회의 투표경쟁을 가지고 대통령후보를 지명하게 됐다하여 이는 조금도 못 마땅한 일은 아닌 것이다.
다만 우리가 국민적 입장에서 주시코자 하는 것은 신민당의 대통령후보 경쟁자나 또 이들을 제 각기의 입장에서 밀고 있는 당내 분파들이 종다수의 정신을 발휘, 일단 후보로 선출 지명된 이사를 거당적으로 밀고 나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만약에 후보경쟁자들이 치열한 득표공작을 벌여가지고 전당대회의 표결에 임했음에도 불고하고, 다수결로 패배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명백히 확인하고, 후보로 지명된 인사의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해 지원을 해 준다면 동당은 민주적 인화를 얻은 공당으로서 그 전도가 양양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만약에 지명전에서 패배한 경쟁자들이 종다수를 거부하고, 지명대회가 끝난 뒤에도 사사건건 분파적인 대립만을 지속한다고 하면, 신민당은 바로 그 때문에 국민의 버림을 받을 것이요, 명년에 대통령선거전을 치를만한 역량을 도저히 갖추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투표대결을 통한 후보지명전이야말로 비단 그 경쟁당사자인 각자의 운명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신민당의 장래를 판가름 해주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신민당이 후보지명경쟁에 있어서도, 당권쟁탈 경쟁에 있어서도 민주주의의 형식과 정신을 어디까지나 존중하고, 모든 것을 평온리에 일사불란하게 처리하면서 끝까지 인화를 잃지 않아 국민이 지지할만한 민주 정당으로서의 관록을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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