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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단일화 바란 것…후보 집념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나는 이 순간에도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겠다는 집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
우리 당에는 후보 등록제도도 없고 출마라는 용어도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단 한 표의 차이라도 나에게 대통령후보에 나가라는 당의 의사가 결정되면 이것 마저 거부할 입장에 있지 않음을 확신하게 됐다. 그러나 지명대회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2, 3일간이라도 그분들(40대를 말함)이 당을 위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해 주기 바란다. 자율적으로 안 될 경우라도 어떤 사람이나 어떤 기구에 위임한다는 결정만이라도 하게될 경우에는 나는 당론에 의해 내 자신이 선거에 나서겠다는 소신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심경이다』-.
후보출마를 선언한 후 전북 도당 개편대회에 참석키 위해 호남선 열차에 오른 유진산 신민당대표는 착잡한 표정으로 차창 밖 풍경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아침식사마저 걸렀다는 진산은 수원 가까이에서야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요기를 한 후 기자들에게 그의 선언은 최종적 출마선언이 아니라는데 힘을 주며 심경을 말했다.
『나는 40대가 욕망을 버리고 단일로 압축하도록 많은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종용해왔으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로 대회장에서 표수로 대결, 1차 2차 또는 3차의 투표를 거쳐 표의 다과로 후보가 결정될 경우, 그분을 지지하는 일부인사들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인사들이 이런 결과에 그대로 따르고 내년 선거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판단에서 계속 단일화를 종용해왔다. 심지어는 나 자신에게 맡겨 달라고까지 했으나 단일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당의 내분이 높아져서 내 자신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번 지명대회에서 오는 11월의 정기 전당대회를 앞당겨 이를 겸하도록 당헌 개정하고 당수로서의 신임도 물을 것이다. 또 후보가 부자연스럽게 만장일치로 추대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유당수는 말을 끊었다가 40대 단일화 전망을 질문 받고 다시 말을 계속했다.
『40대 단일화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년 선거를 민족의 제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또 이 선거가 더럽혀져서는 안되겠다는 전제 밑에서 오늘 밝힌 내 소신이 그분들의 단일화 작업의 촉진제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간단치 않은 일을 해치울 수 있다고 하는데서 우리 40대에 대한 국민이나 당원의 지지와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단일화의 전망은 고흥문 사무총장이나 12인 대책위의 중진들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비판은 않고 있다.
나는 내 자신이 단일화가 성취되면 후보출마를 포기한다는 결실을 굳힌 것과 같이 40대도 이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선택권을 나에게 위임하면 이를 행사할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아직은 남은 시간을 기다린 뒤 지명대회 전에 다시 한번 나의 출마여부에 대한 결심을 여러분들한테 밝히게 될 것이다.』
유당수는 그의 선언이 단일화에 역점이 있음을 되풀이 해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가 출마를 선언한데서 오는 당내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이리 역두에서 환영 나온 당원들에게 『내년선거를 민족의 제전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당원 여러분은 자중자애 해달라』고 호소했고, 전주 역에 내려서, 또 개편대회에서 이 말을 되풀이했다.
아직은 그의 22일 선언의 진의에 대한 당내의 풀이는 엇갈린다. 그가 간부들에게 『내가 나서야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비친 것은 이재형 고문과 40대 세 사람의 회의에서 후보는 선명해야 하고, 자금능력을 말하는 것은 옮지 않다는 공동성명이 나온 직후라고 한다.
그는 이튿날 저녁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이철승씨에게도 『자네들이 선명을 찾았는데 나는 장관을 지낸 일도 없고 장사를 한 일도 없어, 그런 내가 어째서 선명하지 않다는 얘긴가. 자녀는 10년을 정치법에 묶여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내준 여권으로 세계를 두루 돌지 않았나. 자네들에게 선명한걸 보여주기 위해 내가 후보로 나가겠네』라고 말했다고.
그는 12인 대책위의 멤버를 그의 독단으로 결정한 날 밤, 정치와 관계없는 몇몇 옛 친구들과 술잔을 나누었다. 그의 측근말로는 그날 날씨가 무더워서 집으로 돌아가며 자동차 문을 모두 열어둔 것이 원인이 되어 편도선염을 앓아 눕게 됐다는 얘기다.
그는 이날부터 꼭 열 사흘 동안 집에 드러누워 지냈다.
그는 지난 18일 하오 김수한 대변인을 불러 『오는 22일 정무회의에서는 후보문제에 관한 내 소신을 밝히겠다』고 말하고 기자들에게 적당한 시간에 사전 예고를 해도 좋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인 20일 신동준 비서실장을 불러 그 동안 지방에서 행한 조직점검의 최종보고를 들었고 21일 저녁 이상철 고문에게 출마선언을 내일 하겠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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