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독 디차이트지 주단 된호프여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서독지성을 대표하는 고급 주간교양지 디·차이드를 읽는 독자들은 한달에 한두번 쯤은 눈에 익은 여주의 이름에 눈길을 멈춘다. 디· 차이트지의 주단인 막리온·그래핀·된흐프여사의 평론 및 해설 기사를 읽지 않는 독자는 없다.
다른 서구제국에 비해 여생의 대외활동이 전통적으로 호감을 사지 못했던 국일사회에서 된호프여사의 예리한 지성은 예외적이라 할만큼 남성 세계에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있다.
발랄한 자유주의 언론인
막리온·그래핀·된호프여사는 뚜렷한 자아의식과 결단력을 지닌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보수적 기질이 강한 프로이센지방 (현 폴란드) 의 세습 귀족의 딸로 태어난 된호프 여사는 프랑크푸르크와 스위스의 바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 28세 되던 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를 받기 전인 1934년 된호프여사는 여름 학기의「세미나」에 참가했다. 「된호프」여사는 영국에서 보수주의와는 다른 리버릴리즘에 접하여 후일 자유주의적, 발랄한 언론인으로서의 바탕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된호프여사의 언론계로의 진출은 특수한 환경에 따른 전혀 우연에 기인하였다. 2차대전에서 독일이 패전하지 않았던들 된호프여사는 프로이센지방의 평범한 대지주로서 여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영군에 항의문썼다 발탁
1945년 1월 소련군에 의해 프로이샌 지방이 점령되자 된호프 여사는 말을 타고 남쪽으로 피난했다. 이런 점에서도 여사의 꿋꿋한 정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된호프여사가 더·차이드지에 입사한 것도 순전히 정의감과 용감한 결단력이 가져다준 우연이었다.
1945∼1946년 당시 함부르크지방을 점령하고 있던 영국군사령관에게 된호프여사는 부국군으로부터 독일시민이 받고 있던 억압에 울분을 토로한 항의문을 보냈다. 『독일인이라고 해서 모두 낙치로 보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점령군하에서 전전긍긍하던 패전 독일국민들이 당시의 환경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된호프여사의 항의문이 결국 영국군사령관에게까지 전달되지는 못했으나 마침 디·차이드지의 발행인인 에발트·슈미트씨의 눈에 띄게되어 1946연 디·차이트지에 입사하게 됐다.
된호프 여사의 정신은 이따금 편집 간부진과 틈을 일으켜 50년대 초 우익헌법학자의 논문이 실리게 되자 된흐프 여사는 편집장에게 『1932년부터 계속하여 합법적인 시민사회에 배반되는 글을 써온 사람의 의견을 우리신문에 다시 쓰게 한다면 일은 이미 끝장이 난 것이다』는 서한을 보내고 영국의 「리버럴」한 주간지 업저버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문제의 편집장이 바뀌자 된호프여사는 다시 디·차이트지로 복귀, 정치부장 겸 편집부국장일을 보게됐다. 이때부터 디· 차이트지는 정부가 대미 의존정책을 굳혀감에 따라 서독 고유의 특수성을 고러한 자유주의 좌파노선으로 논조를 굳혀갔다. 부당한 언론으로 된호프여사는 아데나 시절을 통하여 『 아데나가 웃으면 된호프가 울고 아데나의가 플러스 표시하는 곳에 된호프가 마이너스를 표시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책을 철저하게 비하했다.
현 기민당 당수 키징거가 수상에 취임할 때 된호프여사는 그의 나치당원 시절을 상기시켜 그의 수상취임에 호된 비수를 퍼부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프로이센적인 의무감 커
1968년 된호프여사가 주필이 되어 이끌고 있는 30명의 남성과 3명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디·차이트지의 편집진은 여사의 프로이샌적인 의무감과 고결·성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편집장인 된호프여사가 되풀이 하고있는 『지휘관이 조언하기를 꺼려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잘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원칙에 따라 『훌륭한 청취자』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체험 엮어 「베스트·셀러」
신문인으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있는 여사는 1962년 자신의 체험을 엮은 『잊혀진 이름들』 이라는 저서를 내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된호프여사는 1962년 여름 독일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스미드대학에서 명문박사학위를 받는 한편 뛰어난 언론활동으로 드렉슨상과 디오도·호이스노상, 이탈리아 이자벨라· 데스테상을 받기도 했다.
전후 민주사회질서에 적응하고 민주주의를 익히는데 일익을 맡고있는 금년 61세의 된호프 여사는 함부르크 시의 조용한 별장가에 독신으로 가정부와 개를 데리고 살며 자신의 꿈을 익히고 있다.【본=이회구통신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