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연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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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지 창간 5주년. 자랑스런 마음으로 오늘을 맞는다.
우리에게는 가장 눈부시고 가파르던 호흡 속에서 쌓여진 다섯 개의 연륜.
나무도 5년이 지나면 그 생명에 한 시록을 놓는다. 뿌리가 땅속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는 것이다. 앞으론 모진 풍설도 오히려 나무를 튼튼하게 만들어 줄 뿐이다.
귀근한 다섯개의 연륜이다.
양지바른 곳 기름진 땅에서 자란 나무가 아니다. 결코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그동안에 생긴 옹이도 많다. 그것은 어쩌면 자랑스러운 내일을 약속해주는 전장이 될는 지도 모른다.
기쁜 마음으로 오늘을 맞는다. 살기 좋은 집은 갓 지은 새 집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낙후 된 집도 아닐 것이다. 신축한 다음에 여기저기 잔손질이 가고 훈훈한 온기가 돌게 되자면 적어도 5년은 걸린다. 사람이 집을 이겨나가게 되는 것도 이 때부터이다.
다섯개의 연륜은 나무 결에도 제법 윤기를 나게 만들 것이다. 그것은 손 때와 땀으로 빚어진 것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더욱 알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싱싱한 새 맛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대견한 것이다.
그렇다고 고삐를 완전히 풀어 헤치고 있을 우리가 아님은 물론이다. 다섯개의 연륜이 10개가 되고, 다시 백개가 되기까지에는 꾸준한 손질이 필요할 것이다.
어느 나무나 모두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간다. 그러나 모든 나무마다 해를 보게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나무가 다 무성하게 자라는 것도 아니다.
모든 나무가 다 사태들 막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무성한 가지로 아늑한 그늘을 마련해 줄 수 있는 나무는 흔하지 않다. 그 무른 잎으로 사람들에게 언제까지나 푸른 꿈을 안겨 줄 수 있는 나무는 더욱이나 적을 것이다.
겸허한 마음으로 다섯번째 연륜을 더하는 오늘을 맞는다.
앞으로도 어쩌면 모진 바람으로 가지가 꺾일 뻔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푸른 잎이 시들어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뿌리는 더욱 대지속에 힘차게 뻗어가고, 줄기는 더욱 하늘로 뻗어 올라 가는 것이 나무의 품격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새로움을 잃지 않는 나무의 위대한 우명. 우리는 언제까지나 내일로 향해 우명을 뻗어 가는 나무의 마음을 스스로 겨fp의 거울이 되기를 기원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오늘을 맞는다. 오늘은 우리에게는 새로운 결의의 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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