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와의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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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과학자들의 생각에 의하면 이 광막한 우주공간에는 지구와 비슷한 별이 무수히 있을 것이고 그 중에는 생물이 살고있는 별도 상당수가 되리라고 한다. 이중에는 인간과 같은 고도로 지혜가 발달된 생물을 가진 별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지구상의 인류보다도 훨씬 앞선 문명을 가진 별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구에서 그중 가까운 별이라 할지라도 빛이 가는 데만 적어도 3년이 걸리는 먼 거리에 있으니 인간이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할 재주는 없다. 공상과학소설에 보면 화성이나 목성에 이상한 생물이 살고있어 인류와 전쟁을 벌인다는 등 갖가지 이야기가 다 나오나 최근의 우주선을 통한 화성관측의 결과를 보면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제 아무리 망원경이 발달된다고 하여도 빛이 가는 데에만 몇 해씩 걸리는 먼 거리의 모습을 역력히 볼 재주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궁금한 마음은 풀 길이 없다. 여기에서 인간은 전파를 이용한 통신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전파는 꽤 멀리 갈 수 있고 또 최근에 발명된 레이저니 메이저니 하는 것을 이용하면 빛이나 전파를 흐트러지지 않게 아주 먼 곳까지 보낼 수도 있다.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 사람과 만났을 때에는 서로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그러면서 서로가 잘 알고 있는 물건 또는 현상에 대한 자기 말을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상대방 언어의 어휘를 배우게 되고 이것이 차츰 축적되면 결국에 가서 언어에 의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된다.
이 과정을 외계와의 통신에도 이용을 해보자는 것이다. 우선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는 규칙성을 이용한다.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는 일관된 규칙성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별을 향해서 끈기 있게 계속해서 똑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으면, 그리고 만일 그 별에 우리 인류와 대등하거나 그이상의 문명을 이룩한 생물이 있다고 할 때 이 신호를 포착함으로 해서 저 멀리 어떤 곳에서 누가 자기와 인사를 하고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신호는 우주공간을 헤매고있는 잡다한 전파나 광선으로 말미암은 잡음 방해를 받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신호는 지극히 단순하고 쉽게 판별되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 그러므로 초기의 통신은 극히 단순화한 모르스부호 같은 것이 되겠다.
하옇든 이 신호를 포착한 상대방은 여기에 답하기 위하여 아마도 똑같은 신호 또는 이와 비슷한 신호를 보내 오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일단 이렇게 교신이 되면 그 다음은 좀더 복잡한 신호를 보냄으로 해서 상대방의 답신을 받았음을 알릴 수 있을 것이고 차츰 서로 이해가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의미 있는 신호, 예컨대 빛이라든가 전파라든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를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마치 백일몽과 갈이 느껴질지도 모르나 지금 이 시간에도 저 멀리 바깥 세계에서 우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를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기울이고있는 과학자들이 있는 것이다. [장세희(서울대 문리대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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