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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콩의 새 평화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7일에 열린 파리평화회담 제84차 본회의에서 베트콩 수석대표 구앤·티·빈은 71년6월30일까지 미군과 연합군이 완전 철수할 것을 동의한다면, 일절의 공격을 중지하겠다고 선언, 새로운 8개 평화안을 제의했다.
이 8개 항목이란 ①미군 및 연합군의 철수와 군포로 석방문제를 토의한다 ②월남에 있는 군대(사이공 정부군 및 베트콩 군대)문제는 월남인 자신이 해결한다 ③월남평화를 위해 티우 대통령과 키 부통령·키엠 수상을 제외하고 새 정부를 수립하면 베트콩 정부는 어떤 사람과도 협상하겠다 ④월남국민 스스로가 총선거를 통해 장래의 정 형태를 결정하기 위해 광범위한 임시 연립정부가 구성되고 새로운 헌법을 기초할 민주의회를 선출한다 ⑤연정의 구성은 베트콩 및 현 월남 정부의 요인과 해외망령요인, 기타 정치·종교단체의 지도자로 한다 ⑥월남의 통일은 외부간섭 없이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평화적 토의로 수행한다 ⑦파리회담 당사자들은 합의된 협정의 준수와 집행을 보장할 조처를 취한다 ⑧전쟁중지 및 평화회복에 관한 조절을 한 뒤 당사자들은 휴전협정을 발효시킨다는 것 등이다.
베트콩의 위와 같은 제의는 외군 철수 조건부로 휴전에 동의하고, 소위 연정을 구성한 후, 민족자결의 원칙에 따라서 법과 질서를 세워나가자는 종래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약간의 새로운 분식을 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상기한 8개 항목을 면밀히 검토해보면 ①미군 및 연합군의 완전 철수를 주장하면서 베트콩군의 철수에 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고 ②임시연정 및 제헌의회를 구성하겠다고 하면서 67년4월에 발효한 월남공화국의 헌법에 따라서 합법적으로 선회되고 집권 중에 있는 현 사이공 정부 최고지도자들을 참가시킬 수 없다하였고 ③민족자결 원칙을 존중한다하면서 베트콩의 주도권 확집을 고수하고 있는 점 등, 흡사 승리자가 패배자에게 굴욕적인 항복조건의 수락을 종용하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워싱턴 관변이 『미국은 주월 미군의 완전 철수에 대해 이미 확정된 일자의 발표를 바라고 있지 않다는 닉슨 대통령 및 그 행정부의 입장에 아무런 변함없다』고 말함으로써 베트콩의 제의를 사실상 거부했고, 또 사이공 정부도 이 평화안은 현 월남 정부의 축출을 노린 것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라 하여 이를 일축해 버렸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닉슨·독트린의 전개와 더불어, 현재 정력적으로 실천 중에 있는 『월남전쟁의 월남화』정책은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고, 또 이에 따라 사이공 정부로서도 미군 철수가 계획대로 행해진다 하더라도 베트콩과의 전쟁에 별로 불안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월남전쟁의 월남화』정책이란 원래가 평화회복을 위한 과정에 있어서나 또는 평화회복 후의 정치질서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사이공 정부로 하여금 자주적인 선택을 하도록 그 폭을 넓게 인정해주고 있는 것이지만, 현 월남정부 및 이를 지지하고 있는 월남국민들로서는 현행헌법의 기초 위에서 관용을 베풀어 정권의 토대를 확장해 볼 용의는 있으되, 그 이상 더 나아가서 베트콩과 굴욕적인 타결을 지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도 자타가 공인하고있는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에 넣는다고 하면 금차 베트콩의 평화제안이야 말로 어불성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베트콩이 새로운 평화공세를 펴고자 하는 저의는 아마도 금년말에 있을 미국의 중간선거에 있어서 미국의 여론을 뒤흔들어 놓아 가지고 월남 정부군이 단독으로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기 전에 월남전선으로부터 미군을 모두 철수시키려는 책동이 아닌가 생각되는 것이다. 이점, 월남전쟁 참가국은 모두 경각심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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