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범죄자 아닌 협상 상대 체제 보장땐 核 포기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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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현재 변화 중이며 그들을 범죄자가 아닌 협상의 상대로 대해야 한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3월 5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거듭 강조하며 "체제 보장과 정상적인 대우, 경제 지원 등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면 북한은 핵개발 야심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면 북한에 대한 자신의 이런 생각을 전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식도 하기 전에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이번 사고를 통해 사회간접자본과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재평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가족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국인들은 미국과 동등한 관계를 원하는 한국의 움직임을 우려한다. 이런 상황이 반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을까.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미국과 미국인을 좋아한다. 비록 우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항의를 하지만 그것은 반미 감정과는 별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아버지에게도 당당하게 항의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의견을 항상 따라왔고 반대한 적이 없었다. 베트남전에 이어 걸프전에도 참전하지 않았나. 하지만 미국의 주요 언론과 정부 책임자들이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 가능성을 자주 얘기하고 있어 고민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미국인들은 우리가 북한 편을 든다고 생각해 의리도 없고 배은망덕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꾸준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귀하의 측근 중 한 명이 귀하의 차를 타고 반정부 유인물을 돌리며 투쟁했다고 한다. 이후 귀하의 정치적 견해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내 의견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때보다 더 풍부해졌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귀하는 링컨 대통령에 관한 책을 썼는데 이유가 있나.

"한국에도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하지만 한국 역사에서는 정의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대체로 성공하지 못했다. 링컨 대통령이 내걸었던 정의와 평등의 깃발은 지금도 여전히 성공한 깃발이다. 우리도 정의의 깃발을 든 사람이 성공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었다. 또 하나는 링컨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해 부득이하게 전쟁을 했지만 국민 사이에 분노와 증오를 부추기는 일은 매우 자제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미국 밖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가치체계를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미국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나.

"미국이 요구하는 세계 질서는 대체로 정당하지만 일방적 강요라는 측면도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아…(잠시 침묵)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자. 그건 미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아내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그래도 아내를 사랑한다."

-한국과 우방국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북한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법이 아주 독특한 나라다. 북한을 합리적인 대화 상대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중요한 문제다."

-주한미군의 재조정이 북.미간의 불신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인가.

"나와 대부분의 한국 국민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길 바란다. 하지만 주한미군 문제에 관한 한 우리의 요구가 전적으로 수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또 우리가 가지 말라고 해도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걸 한국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귀하의 대북 포용정책은 어떻게 다른가.

"金전대통령이 남북대화와 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으면 한반도에는 긴장과 불안이 계속됐을 것이다. 경제 회복도 어려웠을 것이다. 대북정책 측면에선 金전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동북아시아라는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국제 사업과 자본을 조직하면서 남북관계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대북 문제와 관련해 말하고 싶은 점은.

"북한은 개방을 원하며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들을 범죄인이 아니라 협상 상대로 대하면 문제가 풀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만일 대화로 문제를 풀지 않고 핵 포기를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하다 전쟁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너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겠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노사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현재 일부 공공부문의 집단 해고를 둘러싸고 반발이 강경하지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노사문제로 갈등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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