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컨슈머리포트] 레몬·자몽향 물씬 '에라주리즈 맥스 …'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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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영원한 화젯거리요, 늘 불평을 듣는 게 날씨(귀스타브 플로베르·프랑스 작가)”라 했던가. 유난히 더워 밉살맞던 여름이 지나자 이젠 이 좋은 가을이 짧을 거란 소식이 불만이다. 제30회 와인 컨슈머리포트는 3만~4만9900원 사이의 샤르도네 품종 화이트 와인 중에서 골랐다. 샤르도네는 산도가 풍부하고 맛이 화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감귤류와 흰 복숭아, 열대 과일 향, 미네랄의 풍미까지 갖춰 폭넓게 사랑받는다. 서늘한 추석 연휴 저녁에 가족·연인과 함께 가을 정취를 즐기기에 좋은 제품들이다.

 14명의 와인전문가들이 국내에 판매 중인 샤르도네 품종 화이트 와인 40종을 시음했다. 국가별로는 칠레산이 15개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 7개, 호주 6개, 아르헨티나와 미국이 각 4개, 뉴질랜드와 이탈리아가 각 2개였다. 1위는 칠레산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 샤르도네가 차지했다. 1870년에 설립된 에라주리즈는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으나 국제 와인 시장에서는 칠레 최고 와이너리 중 한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제 와인 평가대회에서도 자주 입상자 리스트에 오르는 칠레 대표 와이너리 중 하나다. 하얏트 리젠시 인천 소믈리에인 이상준씨는 에라주리즈 맥스 리제르바를 “미묘한 화이트 꽃 향기와 레몬·자몽향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고, 입안에서 둥글둥글 도는 느낌과 산도가 즐거움을 더해 준다”고 평가했다.

 2위 역시 칠레산인 ‘에밀리아나 노바스’가 뽑혔다. 1998년부터 유기농법을 시행한 에밀리아나는 남아메리카 지역을 선호하는 유기농 와이너리다. 스위스의 인증 기관으로부터 유기농 인증을 받은 데 이어 남아메리카 지역 최초로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인증을 받았다. 한국소믈리에협회 기획위원인 유상선씨는 이 와인을 “스모키한 아로마와 부케가 인상적”이라며 “기분 좋은 질감부터 부드러운 산미까지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다”고 평가했다. 3위도 칠레산인 ‘산타 리타 메달야 레알’이 선정됐다. 산타 리타 와이너리는 130년 역사의 칠레 와인 명가로 칠레산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는 데 기여해 온 와인이다. 이 와인은 특히 지난 8회 컨슈머리포트(3만~4만9900원대의 신대륙 화이트 와인)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프파스트텐 소믈리에 양윤주씨는 “완벽한 밸런스 덕에 이 와인 하나만으로도 초가을 저녁이 행복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와인 컨슈머리포트는 산지 구분 없이 평가를 진행했는데도 공교롭게 신대륙 와인이 1~10위를 모두 휩쓸었다. 와인 애호가 및 전문가 사이에 “신대륙 와인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속설이 재확인된 셈이다. ‘화이트 와인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샤르도네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이 원산지다. 부르고뉴에서는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생산된다. 지금은 부르고뉴 외에도 샹파뉴·쥐라·알자스·루아르 같은 프랑스 지역과 다른 대륙의 주요 포도 산지에서도 재배되는 국제적인 품종이 됐다.

 샤르도네는 샴페인을 비롯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위를 잘 견디기 때문에 생산량도 풍부하다. 포도는 익으면서 산도가 급속히 감소하기 때문에 포도수확 시기가 매우 중요한데 샤르도네는 꽃이 일찍 피고 빨리 익는 조생종으로 생육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켜도 좋은 맛을 낸다. 오크 숙성을 할 경우엔 신선한 버터, 구운 빵의 은은한 향과 함께 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유럽에서는 토양(테루아)의 특징을 나타내는 복합적인 풍미가, 신대륙에서는 과일 향과 농염한 맛이 특징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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