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기어보다 앞선 웨어러블 기기 … '미스핏 샤인'은 메이드 인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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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인 비젼스케이프가 만든 ‘샤인’. 옷깃에 붙이거나 손목에 찰 수 있다. [사진 비젼스케이프]

“강남의 ‘물 좋다’는 카페에 가면 한두 명은 차고 있더라고요. 트렌드 세터들에겐 ‘잇(it)’ 아이템이 된 거죠.”

 비젼스케이프 한승 이사는 스마트폰과 연동한 디지털 활동량 측정기(Activity Tracker)인 ‘샤인(Shine)’을 이렇게 소개했다. 샤인은 미국의 벤처기업인 미스핏(MISFIT)이 내놓은 첫 번째 제품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스티브 잡스를 애플에서 쫓아낸 존 스컬리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다. 올 7월 말 출시 후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인기 아이템이 됐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아이폰용으로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이 제품이 ‘한국산’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다. 샤인은 2006년 설립된 국내 벤처기업인 비젼스케이프가 생산을 맡고 있다.

 샤인은 플라스틱이 아닌 금속 소재로 만들었다. 손목에 찰 수도, 목걸이 형태로 착용할 수도 있으며, 자석 클립을 이용해 운동복·수영복·운동화 등에도 부착 가능하다.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고 샤인을 스마트폰 위에 올려놓기만 하면 별도의 연결 장치 없이 하루 활동·운동량과 패턴, 칼로리 소모량 데이터 등을 계산해 준다. 12개의 미세램프에 각각 91개의 구멍이 뚫렸는데도 완전 방수가 된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기능을 500원짜리 동전 크기에 집어넣어 만들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미스핏은 중국·대만 등 업체들에 제품 제작을 의뢰했지만 2~3개월째 답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인 지난해 10월 미스핏은 다른 제품 개발을 협의하기 위해 비젼스케이프에 접촉했다. 비젼스케이프는 “우리가 해 보겠다”며 샘플 제품을 일주일 만에 만들었다. 미스핏은 이후 비젼스케이프에 제조를 맡겼다. 생산뿐 아니라 한국·일본의 독점 판매권도 넘겼다. 한 이사는 “기술력만 있으면 중소기업도 글로벌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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