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땅 살 땐 수변구역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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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춘천에 사는 이용철(50)씨는 지난달 펜션 부지를 매입하려다가 포기했다. 춘천시 남산면 서천리 임야 6천여평을 계약하기 직전인 지난해 8월 이곳이 수변(水邊)구역으로 편입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李씨는 "시청 지적과에서 발행하는 토지이용계획서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며 "계약했더라면 자금이 묶일 뻔 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상수원 보호와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 1999년 고시했던 한강 수변 구역 범위를 지난해 8월 재조정하면서 그 면적을 당초 2백55㎢에서 1백91㎢로 줄였다. 하지만 지역에 따라 수변 구역에 새로 편입된 곳도 있다.

게다가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수계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댐과 하천 일대 땅 8백23㎢도 지난해 9월 수변 구역으로 지정됐다. 전국적으로 수변 구역의 면적은 1천14㎢로 서울 여의도 땅의 1백20배에 달하는 규모다.

수변 구역에서는 대기.수질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축사와 음식.숙박시설 건축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오폐수 정화기준도 강화된다.

건축 인허가가 까다롭고 오폐수 처리시설 비용도 일반지역의 두배인 4백50만~5백만원정도 든다. 그만큼 땅 가치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수변 구역 내 땅값은 다른 지역보다 10% 이상 싸게 형성돼 있다.

수변 구역은 도면 상으로만 고시되는데 일선 행정기관이 이 같은 사실을 토지이용계획서등에 제대로 담지 않아 토지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李씨는 매입하려던 땅도 수변 구역에 새로 포함된 경우다.

게다가 정부는 팔당 상수원 주변 마구잡이 개발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경기도 광주.남양주.용인.이천시, 가평.양평.여주군의 수변 구역 내에서는 산림형질변경도 제한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원주택이나 공장 등을 짓거나 투자 차원에서 수변 지역 내 땅을 매입하려는 사람 중에는 이 구역의 지정 여부를 모르고 땅을 매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낙동강,금강,영산.섬진강의 경우 수변 구역을 지번이 표시된 지형지적도가 아닌 지형도 상에 단순히 경계만 설정해 놓아 어디가 수변 구역인지 파악하기 힘들다.

돌공인중개사무소 진명기 사장은 "토지이용계획서에 수변 구역 지정 사실이 나와 있지 않은 데도 막상 개발하려고 인허가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데이터 구축이 마무리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선 토지이용계획서에 수변 구역 고시 내용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다"며 "늦어도 연내에는 모든 작업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변 구역 부근 땅에 투자할 때는 해당 시.군에 비치된 전산도면을 열람하되 수변 구역 지정이 의심가는 개별 필지에 대해선 측량 등을 통해 확인해야만 나중에 낭패보는 것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 수변구역 이란

환경부가 상수원 보호 등을 위해 팔당호, 남.북한강, 경안천 및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양쪽 5백m~1㎞ 이내 1천14㎢를 수변구역으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개발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 수변 구역 건축 등 제한 내역

▶공장.축사.음식점 및 숙박시설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의 입지 금지(위반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단, BOD 10ppm이하 처리 또는 공공 처리시설에 유입.처리시 환경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신규입지 가능

▶기존 음식점.숙박시설 등은 수변 구역 지정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오수정화기준 2배(BOD 20ppm→10ppm)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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