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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와 노임체불의 고질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추석을 앞두고 임금문제에 대한 노동행정 당국자 및 기업체의 각성이 새삼 촉구되고 있다.
최근 노동청의 조사에 따르면, 8일 현재 우리 나라의 96개 사업장에서 체불한 임금 총액은 3억원을 넘는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으며, 노조 측 조사로는 노동청 발표 외에도 석공의 2억8천만원을 비롯하여 삼양수산 7천만원, 삼원농산 6백80만원 등의 체불노임이 누적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지난8일 한국경영자협의의 주최로 열린 노동문제「세미나」에서는 우리 나라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수준이 국제 비교 상 지나치게 낮을 뿐만 아니라, 지난 61년부터 67년 사이에 그 명목부금은 2배가 올랐으나 같은 기문 중 소비자 물가지수는 3배나 상승하여 실질 임금수준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그리하여 이 토론 참가자들은 최저임금제의 채택과 생산성 임금제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전문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청은 추석 때만 되면 으레 체불임금의 실태를 발표하고 그 일소를 지시하는 것을 능사로 삼아왔으며, 또 재무당국도 이 무렵이 되면 빼놓지 않고 체불노임 청산 조로 금융기관 대출을 지시하는 것이 관례화 했다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관례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확실치는 않으나 이것은 곧 명절이나 돼야 겨우 체불노임을 생각하는 노동정책의 빈곤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한심스런 느낌을 금할 수 없다 할 것이다.
솔직이 말한다면 평소에 노동정책 당국이 잠을 자고 있기 대문에 업계는 체불임금을 상습적으로 보유하게 되고, 또 물가가 올라도 실질임금을 보장해 주려는 성실한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되는 것이라고 혹평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실정은 그 동안 대다수 업계가 근로자의 단결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었으며, 또 정부당국도 노조의 조직이 확대되는 것을 내심으로는 바라지 않고 있었다는 인상을 강력히 뒷받침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노동청조차가 노조의 추리행사를 직접·간접으로 저지하는 일을 해왔을 뿐, 근로자의 실질적 이철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 일이 별로 없다는 비명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당국과 업계의 임금 관·노동 관 때문에 저임금을 유일한 축적의 원천으로 하는 불건전한 경제풍토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며, 심지어 임금지급을 수개월씩이나 늦춤으로써 기업의 금리부담 분으로, 임금을 지급하려 드는 악질적인 기업체까지도 생기게 되는 것이다. 업계의 이와 같은 타성은 시급히 시정돼야겠으며 그를 위해서는 업계, 그리고 근로자간의 관계가 하루 빨리 정상화돼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의 우리 나라 기업 실정으로서는 최저 임금제를 채용하는데도 많은 문제가 있을 줄 안다.
작년에 대폭 정리된 부실 기업체 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밖에도 수많은 차관업체들이 외채 상환부담과 함께 고금리·고 세율 및 엄청난 간접경비의 중압 때문에 기업을 정상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운 곤경에 빠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마다 노임체불로 말썽이 되는 석공은 누적하는 적자 때문에 진통하고 있으며, 그 밖의 업체 가운데도 실지가 노임을 제대로 지불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데가 많으며 긴축시책의 장기화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악화한 경영의 활로를 일방적으로 저임금에서만 모색되어서는 안되겠고, 반대로 근로자 역시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생활안정을 기하려면 경영진의 고통을 알고 우선 기업을 살리고 보자는 차원에 입각한 협조자세가 요청된다 하겠다.
그러나 우선 국민 관리자로서의 정부는 상대적인 약자인 근로자들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근로자의 조직화를 조장시킬 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리행사를 적대시하는 착각을 시정해야할 것이며, 업계도 종래와 같이 저임금을 축적의 유일한 원천으로 생각하는 고식적인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한 생산성을 제고시켜 지속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는 점을 근본적으로 깨달아야 할 줄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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