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에 기도 안찰「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모스크바에서 57㎞쯤 떨어진 자고르스키라는 곳에 최근 수천명의 러시아 정교신도들이 모였다. 멀리 시베리아에서까지 멀다않고 많은 사람이 왔다. 세계적인 무신론국가인 소련에 기도 안찰 붐이 불고 있는 광경이다.
보기에 끔찍한 신체불구자들. 의식을 잃고 침대에 누운 여인들. 휠·체어(바퀴의자)에 앉은 소아마비의 어린이들. 이들은 모두 병과 불구를 고칠 희망으로 기도 안 찰을 받으러 몰려 온 신도들이었다.
이날은 14세기의 성「세르기우스」유해가 그곳에 있는 성체안치소에 옮겨지는 날로 특별 예배가 있었기 때문.
이른바 신앙을 통해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는 기도 안 찰이 소련에서는 공공연히 성행되고 있다.

<성수 마시려고 소동>
수많은 환자들의 연고자들이 기적을 바라며 성소 앞에서 기도를 했다. 한 성직자가 성수 한 물통을 가지고 나오자 그 많던 부인들이 아귀다툼으로 한 컵씩 그 자리에서 마셔버렸다. 그리고는『이 성수는 무슨 질병에든 좋다 구요』하고 만족했다.
이러는 동안 골치를 앓은 것은 소련 경찰들.
수수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경찰들은『도대체 승려들이 뭘 하는 거야. 질서도 잡지 않고?』투덜댔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 성자의 유해를 꼭 봐야겠다고 밤을 새웠다.

<성직자들 재미 봐>
머리가 길고 수염이 텁수룩한 중년남자들이 축복을 나눠준답시고 도취된 듯한 엄숙한 모습으로 군중 속을 다녔다.
이 통에 성직자들은 재미를 톡톡이 본다. 이들 성직자들이 가지고 다니는 성자가 새겨진 빵은 날개돋친 듯 팔린다. 또는 기도를 할 때 환자나 그들 연고자의 이름을 친히 불러 더 할 수 없는 환영을 받기도 한다.
소련신문들은 이 낡은 미신을 타파하기 위해 반종교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에서 소멸되어 갈 것이라는 러시아 정교의 독실한 신자들은 아직도 수백만 명이 넘고 있다. <외지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